산업구조 취약성 그대로 드러내
"두 상자에 9만6000원이던 밥 용기가 하루 만에 14만3000원으로 올랐다."
"4만8000원이던 플라스틱 용기가 7만7000원이 됐다."
"특정 사이즈 제품은 아예 입고가 안된다."
최근 소상공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포장재 가격이 너무 오른다고 하소연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플라스틱의 기초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납사) 공급부족으로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수백만원어치 포장 자재를 사재기하고 있다. 심지어 테이프까지 사재기를 하면서 물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쟁전 1톤당 64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최근 1220달러까지 2배가량 상승했다. 이 여파로 포장재 가격은 40% 이상 올랐다. 지난달3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포장재 가격 급등으로 배달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사재기와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단 포장재뿐 아니다. 나프타 부족으로 에틸렌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에 대한 생산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이는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와 건축자재, 가전제품, 조선, 가구, 생활용품, 페인트 등 에틸렌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당장은 수급에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모든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수입되는 석유의 63.7%는 산업분야에서 소비된다. 본지가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수입된 석유 가운데 약 7억9470만 배럴이 국내에서 소비됐는데, 이 가운데 산업 부문 소비량이 5억500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수송 부문 소비량 2억4700만 배럴(31.2%)에 비해 2배가량 높다. 건물 부문 소비량은 4080만 배럴로 5.1% 수준이고, 발전용 석유제품은 341만 배럴로 0.4%에 그쳤다.
하루평균 약 218만 배럴 수준의 원유가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 경유, 항공유, 나프타 등으로 전환돼 국내에서 소비된 것이다. 직접적인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됐고, 나프타 등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로도 소비됐다.
산업 부문에서 소비된 5억500만 배럴 가운데 3억5910만 배럴이 나프타로 사용됐다. 산업 부문 소비량 가운데 71%가 나프타 비중이다. 이는 국내 소비된 원유량의 45.2%에 이른다. 이처럼 나프타는 원유를 기반으로 한 소비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다. 그 다음 비중이 높은 소비품목이 수송이다. 원유 소비의 31.2%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은 경유와 휘발유가 차량연료로 사용되고, 항공유는 항공기에서 사용된다.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00만대에 이른다.
산업 부문에서 공장 보일러와 열처리 공정, 설비 가동 등의 에너지원으로 석유가 사용되는데 이 비중은 원유 전체 소비의 약 15~20% 비중이다. 철강과 시멘트 등 고로를 사용하는 업종에서는 연료용 소비가 많다. 냉난방에도 에너지원으로 원유가 사용된다. 등유를 비롯해 전기를 생산하는데도 원유가 사용되지만 이 비중은 5%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는 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원유에서 나프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나프타 가격변동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석유계 플라스틱 비중을 낮추고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재생원료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상승 문제가 아니라 국내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원유 수급이 흔들릴 경우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원료와 바이오 플라스틱 확대 등 원료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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