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인 2025년은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고온과 한파, 국지적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며 기후변동성이 한층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 한해였다.
지구 평균기온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지난해보다 조금 낮았지만 여름철 평균기온은 25.7℃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한파 일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여름철에는 폭염·열대야가, 겨울철에는 한파 일수가 더 늘어난 셈이다. 계절의 경계도 흐려졌다. 봄인데 겨울날씨가 나타나고, 겨울인데 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나타나는 이상현상이 반복됐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는 올 한해 어떤 기후패턴을 보였는지, 뉴스트리가 기상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해봤다.
◇ '여름' 빨라지고 길어졌다
지난해는 연평균 기온 14.5℃를 기록하며 11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 이에 비해 올해는 전반적인 평균기온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6~8월 기온은 25.7℃에 달하며 전년도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6월 평균기온은 22.9℃를 기록했다. 관측이래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다. 7월과 9월도 각각 27.1℃, 23.0℃를 기록하며 역대 두번째로 더운 달로 기록됐다. 7월에는 폭염일수도 크게 늘었다. 여름은 더 뜨거워졌고, 계절간 기온 변동폭은 오히려 커졌다.
폭염과 열대야는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6월 열대야 일수는 역대 2위다. 첫 열대야는 6월 18일 강릉에서 관측됐고, 서울은 4년 연속 6월 열대야를 기록했다. 7월 서울의 열대야는 23일로 관측 이래 최다였고, 전국 31개 지점에서는 한달 절반 이상 폭염이 이어졌다. 제주 서귀포는 8월 11일~9월 10일까지 31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으며, 10월 13일까지 열대야가 이어져 역대 가장 늦은 기록을 세웠다.
해수면 온도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7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24.6℃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2025년 여름철 상승폭이 2024년보다 더 가팔랐고, 8~9월에는 두 해 모두 27℃ 안팎의 고수온이 이어졌다. 여름 이후에도 10월까지 23℃ 이상이 유지되며 해수면 고온현상이 장기화됐다. 해수면 고온 현상은 연안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 극단적인 기후패턴···냉탕 아니면 온탕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더 차가워졌다. 올초 한파 일수는 2024년 1.9일에서 2025년 4.2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고, 봄철에는 이상저온도 잦았다. 대부분의 달에서 이상고온(특히 최저기온 기준) 발생이 두드러졌지만, 올해 2월과 5월에는 이상저온 일수가 상대적으로 늘었다.
1월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지만, 중순 대륙고기압 영향으로 한파가 발생했다. 설 연휴에는 1973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에 폭설이 내렸다. 2월에는 5~9일과 24일, 전체 관측 지점의 절반 이상에서 일 최저기온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이상저온이 나타났다.
3월 중순에는 북극발 한기로 평균기온이 사흘만에 10℃ 이상 급락했고, 강원도와 중부지역, 전라도에 폭설이 내리는 등 날씨가 매우 들쭉날쭉했다. 이달 전국 눈 일수는 4.4일로 평년보다 2.3일 많았다. 서울은 15일 12.6℃에서 18일 2.1℃로 급락했다. 이러한 겨울 날씨는 3월 중순까지 이어지다 하순들어 기온이 갑자기 올라갔다.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이 기간 기온 가운데 역대 가장 높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 셈이다.
◇ 한꺼번에 많이 오는 비···국지성 호우 증가
강수 패턴도 극단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지성 호우의 증가로 강수량은 증가하는데 강수일수가 감소하고 있다. 비가 오랫기간 내리기보다 짧은시간에 많이 내리는 집중호우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올 6월 전국 강수량은 187.4㎜로 평년보다 많았지만, 제주와 남부지방의 장마는 역대 가장 짧게 끝났다.
7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중순에 200~70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서산·산청·광주 등지에서는 시간당 최다 강수량 기록이 잇따라 깨졌다. 9월과 10월에는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약 2.8배, 강수일수는 2.4배에 달했다. 여름 가뭄에 시달렸던 강릉은 10월 한달간 22일 연속 비가 내려 관측 이래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렸지만 가뭄은 더해졌다. 올 1월 비가 평년보다 적게 내려 전국 곳곳에서 가뭄이 관측됐고, 봄에는 경기·강원·충청·경북, 여름에는 강원 영동과 남부·제주 일부 지역, 8~9월에는 강원 전역에서 심한 가뭄이 나타났다. 짧은 폭우와 긴 건조가 반복되며 '강수량은 많은데 물은 부족한' 기후역설이 현실이 된 셈이다.
고온건조한 날씨는 가뭄과 산불 위험도 키웠다. 3월 초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3월 하순인 21∼26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27∼29일에는 3mm 내외의 적은 강수가 내렸다. 고온·건조·강풍까지 겹치며 경상권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3월 기온이 7.6℃를 기록하며 평년보다 1.5℃ 오른 데에는 산불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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