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6 13:31:02
  • -
  • +
  • 인쇄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정책 분석기관 뉴클라이밋연구소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대형 IT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은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구글은 작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아마존은 6%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폭 감소했지만 2021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10% 높은 수준이다.

AI 기반 서비스 확산과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장 추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뉴클라이밋연구소의 실케 물디이크 연구원은 "이들 기업의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 목표 궤도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승세는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AI 서비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을 전제로 한다. 현재 미국 전력 사용량의 4~5%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며, 이 비중은 2028년까지 최대 12%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액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각각 약 11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메타도 약 100조원을 올해 지출할 예정이다. AI 투자 확대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영향을 줄 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력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재생에너지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은 데이터센터를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라고 밝혔지만, 실질 수요 증가가 더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기업은 원자력 발전 투자로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물디이크 연구원은 "몇몇 기업이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체결을 늦추고, 일부는 가스발전소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연구진은 효율 개선을 통한 대응 가능성을 제시했다. MIT 링컨연구소의 비제이 가데팔리 박사는 실험을 통해, AI 서비스 응답 길이를 전력 수급이 열악한 시간대에 짧게 조정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을 70%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계란을 얼마나 삶아야하나"라는 질문에 3단락짜리 답변 대신 "10~12분 삶으세요" 한 줄로 줄이는 식이다. 그는 "응답 품질에 큰 저하 없이도 상당한 감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내부 냉방 효율, AI 기반 설비 운용 최적화 등 기술적 절감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가데팔리 박사는 "기존 전력을 보다 책임감 있게 쓰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효율 향상은 경제성과 환경적 이익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AI의 전력 수요 폭증을 감안할 때, 효율 개선만으로는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2030년 또는 2040년 넷제로 달성을 공언하고 있으며, 실효성에 대한 회의는 커지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기후

Z세대, 기업 ESG활동에 민감...67% "비싸도 ESG 실천기업 제품 구매"

Z세대는 개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닝아웃(가치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ESG 경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기후/환경

+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르포]사과 5알에 1만6000원?...폭염·폭우에 과일·채솟값 '껑충'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치솟은 물가는 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트에서도 고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이미 25% 증발...유네스코유산 '허드섬 빙하' 사라질 위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허드섬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이미 25%가 녹아내렸다.4일(현지시간) 호주 모나시대학의 남극환경미래확보(SAEF) 연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