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7-31 17:46:04
  • -
  • +
  • 인쇄
▲심해 냉수분출 지대에서 촬영된 관벌레 군락과 조개류 집단의 이미지 (자료=중국과학원)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확인한 심해 생태계 관측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학원 심해과학공정연구소의 펑 샤오퉁 박사와 두 멍란 박사 연구팀은 태평양 수심 9533m 지점에서 생명체 군락을 직접 관찰하고 촬영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가장 깊은 심해 생태계의 실체를 입증한 첫 사례로, 생명의 한계와 심해 탄소순환에 대한 기존 과학이론을 근본부터 흔드는 발견이다.

탐사는 지난해 7월부터 약 한달간 유인 잠수정 '펀도우저(Fendouzhe)'를 이용해 쿠릴-캄차카 해구와 알류샨 해구를 따라 진행됐다. 연구진은 총 23회 잠수 중 19회에서 관벌레, 조개류, 갯지렁이 등으로 구성된 화학합성 생물군락을 확인했다. 수심 5800m에서 9533m까지, 총 2500km에 걸쳐 생태계가 이어져 있었다.

가장 깊은 지점에서는 수천 마리의 관벌레와 조개, 말미잘, 불가사리 등 다양한 생물이 함께 군락을 이루며 약 2km 이상의 바닥을 촘촘히 덮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햇빛으로 영양분을 충전하는 것이 아닌, 지각 틈에서 올라오는 메탄과 황화수소 같은 화학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화학합성 생물'이다. 연구진은 메탄의 탄소·수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 가스가 퇴적물 내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것임을 입증했다.

두 멍란 박사는 "이전에는 단일 개체나 작은 군락만 심해에서 확인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발견한 규모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며 "해구 바닥 곳곳이 생명의 핫스팟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 자체뿐 아니라 지구의 탄소저장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해저 퇴적층에 메탄이 용존 상태나 메탄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저장돼 있으며, 일부는 해저 단층을 따라 흘러나와 생태계로 흡수된다고 분석했다.

이 메탄은 지구의 깊은 탄소순환 시스템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 즉, 해구 바닥은 단순한 '생명없는 깊은 바다'가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거대한 생물화학 공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펑 샤오퉁 박사도 "이전에는 심해 생물이 바다 위에서 떨어진 찌꺼기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며 "이번 발견은 생명의 정의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7월 30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보이스피싱 183건 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세심한 관찰 덕분"

KB은행의 한 지점을 찾은 고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소액권으로 다시 발행해달라고 요청하자, 은행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자금출처와 발행인 정보를 물

빙그레, 임직원 대상 '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 실시

빙그레가 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캠페인을 실시했다.빙그레는 14일 '국제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이번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LG전자 인도법인 '인도증시' 상장..."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 다짐

LG전자 인도법인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LG전자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조주완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국가온실가스 60% 차지하는데...기업 배출량 5년새 고작 14.7% 감축

최근 5년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기

기후/환경

+

도심 '싱크홀' 지하수유출이 원인인데...정부 관리체계 '구멍'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지반침하)의 원인이 지하수 유출이 지목되고 있음에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통계항목조차 없는 것으로

전세계 합의가 '무색'...3년새 사라진 산림면적 2배 늘어나

지난해 전세계에서 사라진 숲의 면적이 8만1000㎢에 달했다. 3년전 전세계 100개국 정상이 합의한 이후 2배 늘었다.14일 발간된 '2025 산림선언평가(Forest Dec

흩어져 있던 정부 기후정보 '통합플랫폼'으로 구축된다

이달 23일부터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기후위기 정보가 '통합플랫폼'으로 일원화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기후재난에 美보험시장 '흔들'...캘리포니아주, 민간 떠나자 공영보험 도입

산불과 홍수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정부가 기후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공영보험을 내놨다. 무너진 민간보험 시장을 정부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