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닷새동안 이어진 전례없는 '극한호우'에 전국이 쑥대밭이 되면서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6일부터 20일 오후 5시까지 지역별로 내린 누적강수량은 그야말로 역대급 기록이다. 이 기간에 산청은 793.5㎜가 퍼부었고, 산청군 시천면은 무려 798㎜나 쏟아졌다. 합천은 699.0㎜, 하동 621.5㎜, 광양 617.5㎜, 창녕 600㎜, 함안 584.5㎜, 서산 578.3㎜, 담양 552.5㎜ 등 호우는 충청권과 경남권에 집중됐다.
21일 행정안전부의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기준 전국에 내린 극한호우로 사망자가 18명, 실종자가 9명 발생했다. 지역별 사망자는 경남 산청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가평 2명, 충남 서산 2명, 경기 오산·포천, 충남 당진, 광주 북구에서 각각 1명씩 발생했다. 실종자는 가평과 산청에서 각각 4명씩, 광주 북구에서 1명이 나왔다.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앞으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설피해도 컸다. 도로가 침수되거나 끊기고, 하천시설이 붕괴되는 등 공공시설 피해가 1999건에 달했다. 또 건물과 농경지 침수 등에 따른 피해액도 2238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대피한 주민은 15개 시도 95개 시군구에서 9782세대, 1만3492명으로 집계됐다. 임시 주거 시설을 제공받은 주민은 1629세대, 2444명이다. 호우로 결항된 항공기는 62편이고, 일반국도 8개소가 통제됐다. 철도는 대곡∼의정부 교외선이 토사 유입으로 운행이 중지됐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에 경남 산청과 경기 가평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산청은 지난 19일 하루에 300㎜ 육박하는 비가 쏟아지면서 한때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극한호우로 관할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긴급대피를 발령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산청은 상황이 긴급했다.
올봄 산불로 산림이 훼손됐던 산청은 이번 폭우에 직격타를 맞았다.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는 산사태를 불러일으키면서 인명피해도 키웠다. 산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0명, 실종 4명(매몰추정)에 이른다. 피해자 대부분은 폭우에 유출된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산청·합천 지역 11개소(마을 단위)는 현재까지도 전기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산청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장애도 발생해 전화와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20일 새벽에는 경기권에 호우가 집중됐다. 이날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가평이 197.5㎜, 의정부 178.5㎜, 경기 양주 154.5㎜였다. 가평군의 폭우 피해가 가장 심했다. 시간당 76㎜의 비가 쏟아진 가평에서는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날 오전 4시 44분경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 펜션 건물이 무너져 4명이 매몰됐고, 이 중 3명은 구조됐지만 7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4시 20분경에는 대보리 대보교에서 40대 남성 B씨가 물에 떠내려오다 다리 구조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미 큰 피해를 본 충남과 광주는 20일 비가 그쳐 수해 복구에 나섰다. 충남 아산시에는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염치읍 곡교리 일원 대부분이 잠겼었다. 당시 물은 키가 작은 어르신 가슴 높이까지, 저지대 빌라 2층 가까이 차올랐다.
광주·전남은 지난 17일부터 하루에만 400㎜ 넘는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농경지 유실, 주택·도로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나주의 본촌마을은 한때 동네 전체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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