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ETS)를 설계한 조스 델베크 전 유럽연합집행위원회 기후총국장이 국제 탄소상쇄 크레딧의 제한적 재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신이 직접 금지했던 제도를 "조건부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델베크 전 국장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유럽연합 기후정책 수장을 맡으며 배출권거래제를 구축하고 국제 탄소상쇄 크레딧인 CDM 크레딧을 단계적으로 폐지한 인물이다. 당시 크레딧 남용으로 배출권 가격이 폭락하자 EU는 외부 감축실적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나는 다시 CDM을 도입하는데에 찬성한다"며 "품질 기준과 허용량을 매우 엄격하게 설정해 신중하게 접근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CDM 크레딧이 대거 유입돼 ETS 시장을 흔들었다. 품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값싼 해외 크레딧이 대량 유입되면서, 유럽 내 온실가스 감축 유인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2021년부터 ETS는 CDM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델베크는 "CDM은 잘 협상됐지만 끔찍하게 운영됐다"며 "당시 유럽 시장을 거의 붕괴시킬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파리협정 하에서 국제 상쇄제도 관련 규칙이 정비됐고, EU가 이에 참여해 기준 수립에 기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과거와 달리 유럽이 자체적으로 품질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상쇄 크레딧의 활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TS에 통합하는 방식 외에도, 농업이나 건물 등 ETS 적용 외 부문에서의 감축을 보완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구상은 EU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있다. 유럽기후자문위원회와 유럽의회 연구소, 환경단체 등은 "외부 상쇄는 ETS 가격을 다시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질 감축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델베크는 "우리가 목표를 세웠던 시점과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며 "전쟁, 산업 재편, 트럼프 복귀 등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오는 7월 2일 2040년 감축목표 발표와 함께 CDM 재허용 여부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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