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정책, 韓 규제 중심인데 美日은 성장지향형 전략"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8 15:51:50
  • -
  • +
  • 인쇄
▲'산업 성장지향형 탄소중립 정책세미나'가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newstree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규제에 갇혀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탄소감축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이제 탄소중립을 규제가 아닌 산업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산업 성장지향형 탄소중립 정책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정책 목표는 있지만 그것을 달성할 현실적인 전략과 시장이 없다"며 "압박만 존재하는 규제 대신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로드맵은 대부분 지킬 수 없고, 탄소포집기술(CCUS)이나 국제감축 같은 핵심 분야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산업법, 일본의 녹색전환(GX:Green Transformation) 추진전략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세계는 탄소중립을 산업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아래 자국 밸류체인을 되살리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독일 역시 밸류체인 상실이 성장 저하로 이어졌는데, 우리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비효율적 분산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가 사례로 언급한 일본의 'GX 전략'은 탈탄소화를 추진하면서도 산업의 경쟁력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성장전략으로, 보조금, 세제 혜택, 금융지원을 연계해 기업의 자발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정책은 배출권거래제와 감축목표 설정에 집중돼 있는 구조인 반면 일본과 미국 등은 민간투자와 산업 유인에 무게를 둔 성장지향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장현숙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도 일본의 GX 전략을 사례로 들며 "일본은 탄소중립이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아래 철저히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50조엔 규모의 민관투자계획을 바탕으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일본의 배출권거래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강제 참여가 아닌 자발적 참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 실장은 "이처럼 규제가 아니라 유인을 통해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큰 정책 차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10년 넘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지만 아직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정책 설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발표자 모두 "지금처럼 규제 중심 구조로는 산업전환이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조 교수는 "GX 지원법 제정과 산업 정책 기본법 정비가 시급하며, 대통령 최고 아젠다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고, 장 실장은 "금융과 산업이 연계된 체계적 인프라 조성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을 둘러싼 글로벌 전략이 '규제'에서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한국 역시 산업 중심의 정책 전환 없이는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셈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수자원공사, SK하이닉스와 PPA 체결...6월부터 수력에너지 공급

한국수자원공사가 SK하이닉스에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직접전력거래(PPA)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는 30일 SK하이닉스 이천

"현대차, 배출량 전과정평가(LCA) 시스템으로 95%까지 추적 가능"

"현대차는 전과정평가(LCA)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95%까지 추적할 수 있다."홍성준 현대자동차

이니스프리, 수거 공병으로 만든 '마키토이 그린티' 한정판 출시

이니스프리가 국내 작가 '마키토이'와의 협업한 '마키토이 그린티' 한정판을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이번에 출시한 '마키토이 그린티 리미티드 에디션

대한항공, 폐항공기 업사이클링…네임택·볼마커 굿즈 출시

대한항공이 폐항공기 동체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굿즈 시리즈에서 에어버스 A380 기종을 활용한 제품을 처음 선보인다.대한항공은 브랜드 굿즈 공식 판

전국 226개 시군구, 첫 탄소중립 계획 수립…감축사업 본격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모두 탄소중립 실천전략을 담은 '제1차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5월 30일까지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에 SK E&S 추형욱 대표 선임

SK이노베이션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는 장용호 SK(주)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SK이

기후/환경

+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온실가스 3100만톤'...'기후비용' 누가 책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비롯한 전쟁이 민간인 학살 및 인권침해 문제와 더불어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레데

올여름 한반도 바다 1℃ 상승 전망…"생태계 파괴 가속화 우려

올여름 우리나라 연안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약 1.0℃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온 상승은 해양 생태계 파괴와 이상기후로 이어질 수 있다.해양수

한달치 3배의 비가 2시간에 내렸다...나이지리아 기후변화로 대참사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중서부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 참사가 벌어졌다.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서쪽으로 약 380

日 훗카이도 해역에서 또?…사흘새 '불의고리'에서 두차례 지진

지난달 31일 지진이 발생했던 일본 홋카이도 인근 해역에서 2일 새벽 또다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같은 지역에서 사흘 사이에 두번의 지진이 발

온난화로 미국과 캐나다 빙하 70~80% 사라질 위기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빙하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고, 특히 미국 서부와 캐나다의 빙하는 최대 80%까지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29일(현지시간)

[영상] 캐나다 134건 산불 동시다발...매니토바주는 '불바다'

캐나다 서부 매니토바주에 22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 발생하는 국토 전역에서 13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매니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