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차가 급정지하는 돌발상황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반응속도는 젊은 운전자에 비해 최대 1초 이상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고령·비고령 운전자 34명을 대상으로 시내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시험을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시험에서 비고령 운전자는 앞차가 급정거했을 때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3.09초 걸린 반면 고령 운전자는 3.56초가 걸렸다. 또 불법주차 차량으로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횡단보도에 갑자기 어린이가 나타났을 때 비고령자는 1.20초만에 반응하지만 고령자의 반응속도는 2.28초나 걸렸다.
통상 시속 50㎞ 주행 차량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1초 늦게 밟으면 제동거리는 약 14m 더 길어지게 된다. 그만큼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 커진다.
고령 운전자 스스로도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이 고령 운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7%에 해당하는 182명이 '비고령자보다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판단력이나 반응속도 저하'가 95.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시력저하(72.5%), 운동신경 저하(65.9%), 지속적인 약물 복용 경험(9.9%) 등이 뒤를 이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실수로 인한 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일 부산 수영구에서 70대 여성이 운전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1명이 죽고 3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보행자를 치는 일이 있었고, 지난해 7월 보행자 9명이 숨진 서울시청 앞 차량 돌진 사고 역시 운전자는 60대 후반이었다. 사고 운전자들 대다수가 차체 이상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사건 대부분은 '운전 미숙'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에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운전보조시스템이 탑재된 고령자용 보조 차량 도입', '65~70세 이상 면허반납' 등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1월 시행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고령 운전자 차량에 대한 비상자동제동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돌발 상황에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할 여지가 있는 만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한 차량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의 경우 비상자동제동장치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함께 설치된 차량의 인증·보급을 장려하는 추세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이러한 점을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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