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너도나도 '기후변화' 지우기…트럼프發 '그린허싱' 확산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8 14:21:27
  • -
  • +
  • 인쇄
ⓒnewstree

월마트와 하인즈 등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기후정책에 발맞춰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나 친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거나 숨기는 '그린허싱'이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지난해 7월 월마트는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그 결과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러나 이 문구는 지난해 12월 '운영 배출량을 줄이고, 공급망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공급업체를 참여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그러면서 당시 월마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65% 줄이겠다'는 감축 목표를 사실상 철회했다.

케찹과 머스타드로 유명한 식품제조기업 크래프트 하인즈는 올 1월 홈페이지에서 게재돼 있던 '2030년까지 배출량 50% 감축' 목표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내외부 도전에 직면했다'는 문구를 게재했다. 이에 대해 하인즈는 "최신 ESG 보고서에 따라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한 것"이라며 "탄소제로 목표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도 지난해 7월 기후변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저탄소 전환은 긴급한 의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문구를 게재했다가 11월에 삭제했다. 이에 대해 아메리칸항공 측은 "내용을 바꾼 것은 기후변화 대응 포기가 아니라 최신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기반으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라며 "우리의 지속가능성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완성차 브랜드 포드는 지난해 여름 영국 홈페이지 상단에 노출했던 '기후변화 행동 목표'라는 문구를 하단으로 옮겼으며,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자사 지속가능성 홈페이지에 '기후변화에 앞장서고, 과감한 기후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을 게재했다가 최근 삭제했다.

영국 그린피스 공동 사무총장 아리바 하미드는 "기업들이 홈페이지에서 기후관련 언급을 지우고 희석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라며 "소비자와 직원들은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미국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웹사이트 내 기후변화 관련 페이지를 전면 삭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적자예산을 명분으로 10만명의 연방공무원을 해고하는 것뿐 아니라 국제협력 관련기금을 하나둘씩 끊기 시작했다. 이에 비영리단체 사이에서 기후관련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부 단체들은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다른 명칭으로 바꾸거나 기후 대신 물, 식량 등으로 주제를 수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내부 관계자는 "USAID가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이미 프로젝트를 재브랜딩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기후변화라는 표현은 지금 황소 앞에 붉은 천을 들이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