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재생에너지 수익, 주민과 나눈다..."민원도 해결하고 지역도 살리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8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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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루트에너지'
재생에너지 '주민수용성' 제시한 사업모델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지역소멸, 지방위기, 기후위기' 3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ewstree

우리동네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우리집 소득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떨까?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도 주민민원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사업자도 주민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투자모델'을 국내 최초로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기후금융플랫폼 기업 '루트에너지'가 그 주인공이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주민민원을 '주민참여형 투자'로 해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루트에너지의 윤태환(41) 대표는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려면 재생에너지 시설을 가급적 많이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주민민원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않다"면서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립하게 되면 민원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일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지역주민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효자노릇'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늘어나고,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탄소중립'까지 달성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루트에너지가 추구하는 사업목표도 여기에 있다.

윤태환 대표는 "투자수익은 재생에너지가 가져다주는 장점의 극히 일부일뿐"이라며 "재생에너지를 통해 '지역소멸, 지방위기, 기후위기' 3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35년까지 우리나라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500만명이 재생에너지로 수익을 가져가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루트에너지를 찾아가봤다.

◇ 지역주민에게 발전소 투자기회 열어주는 가교역할

루트에너지는 소수 전문가에게만 열려있던 발전소 투자기회를 비전문가에게 활짝 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윤태환 대표는 "그동안 발전소 투자는 대부분 금융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전문가들이 주도해왔다"면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를 지역주민들에게 확대하겠다는 것이 루트에너지의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소액이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 건립을 반대만 했던 주민들도 인식을 바꾸게 된다. 크든 작든 내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므로 사업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고 분석하려고 한다.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 에너지 문해력이 높아지면서 주민수용성도 높아진다는 게 윤 대표의 얘기다.

윤 대표에 따르면 투자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노동이 어려워져 소득이 줄어드는 연령인 만큼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연금처럼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투자수익은 이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윤 대표는 "주민들이 자기 돈으로 투자해보는 경험을 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루트에너지는 누구나 전문가처럼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투자수익을 형평성 있게 분배하는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루트에너지가 주민참여형 펀딩으로 진행한 가덕산 풍력단지 전경 (사진=루트에너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바람과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지만 루트에너지는 날씨 변동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발전소가 '365일 중 360일 멈춰있어도' 주민들에게 수익이 배분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수익이 발생하면 주주인 주민들에게 최우선 배분하고, 그 다음에 은행에게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윤 대표는 설명했다. 물론 이같은 수익배분 구조로 인해 사업초기에는 난항을 겪어야 했다. 참여하겠다는 은행이 없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는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투자리스크를 주민들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덕분에 루트에너지가 펀딩을 모집하면 호응도가 좋다고 한다. 한때 루트에너지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던 기업들도 4~5개 정도 생겨났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루트에너지만 남았다. 윤 대표는 "사업 수익성만 보고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강한 의지와 뚜렷한 비전이 루트에너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기후금융플랫폼으로서 사업을 이어온 결과, 지금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참여지역에 재한을 두거나 지역 우대수익을 보장하는 커뮤니티 펀딩을 운용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사업영역도 많이 확장했다. 이제는 기업 RE100 달성을 위한 컨설팅, 전력중개, 사후관리에 이르는 종합솔루션까지 제공하고 있다. 조만간 재생에너지 구매자뿐만 아니라 판매자 맞춤 솔루션도 론칭할 예정이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하는 윤태환 대표 (사진=루트에너지)

◇ 발전소로 기초소득 늘면 지역인구도 증가해

윤태환 대표는 덴마크 공대에서 풍력에너지공학을 전공하던 시절 재생에너지 투자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덴마크와 독일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2013년 10월 귀국하자마자 그해 12월에 루트에너지를 설립했다. 해외에서 이미 많이 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하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터라, 수요가 없었다.

고전하던 윤 대표는 서울 남산지역 빌라들을 대상으로 태양광을 무상설치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태양광으로 절감된 전기요금의 20%는 집주인이 가지고, 나머지 80%는 루트에너지가 회수하는 모델이었다. 이마저도 당시 정부가 전기세를 인하하면서 태양에너지 요금절감 효과가 떨어져서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6년동안 비즈니스 모델을 3번이나 바꿨다.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은 2018년 만든 것이다. 윤 대표는 "정말 멋모르고 시작했다"면서 "사업이 어떤 것인지 진작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현재 루트에너지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39개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는 평균 3~4조원으로, 규모가 클수록 주민 수익이 늘어난다. 전남 신안군의 인구가 늘어난 것도 '햇빛연금'을 통해 발전소 수익이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기초소득이 증가한 결과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영덕에서 26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으며, 태백에서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주민들이 서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됐다.

주민들은 루트에너지가 진행하는 투자사업에 참여하고 싶으면 '루트펀드'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투자하면 된다. 이 앱에서 투자한 프로젝트에 대한 수익도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처음에는 발전소 수익을 경로당이나 주민센터에서 상품권 형태로 나눠줬다"면서 "지금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인센티브도 생기고 사업규모도 커져서 발전소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루트에너지가 수익금을 수령해서 주민들에게 투자비율에 따라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제도는 일정액 이상 투자하면 비율에 따라 정부가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발전소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 단체사진 (사진=루트에너지)

루트에너지는 지금 '주민주도형' 사업을 개발중이다. 주민주도형 사업은 주민들이 사업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하는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주민들이 사업을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루트에너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루트에너지는 또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송전망 및 전기차 충전소 투자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이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일관된 제도'라고 윤 대표는 힘줘 말했다. 정권에 따라 제도가 시시각각 바뀌게 되면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태환 대표는 "덴마크는 에너지 시설을 설립할 때 지분 20% 이상을 주민이 참여하도록 제도화돼 있다"면서 "덴마크와 독일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약 10% 이상의 인구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정권에 따라 에너지정책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래서 루트에너지는 우리나라 인구의 10%인 500만명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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