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맛이 나는 밥의 정체는?...국내 연구진 '소고기 쌀' 개발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5 14:03:20
  • -
  • +
  • 인쇄
▲쌀알에 소의 지방과 근육세포를 배양해 만든 '쇠고기 쌀'로 지은 밥 (사진=연세대)

국내 연구진이 쇠고기의 맛과 영양분을 갖춘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

연세대 화학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팀은 강원대 동물응용과학과, 배양육 스타트업 심플플래닛,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중앙대 연구팀과 함께 쌀알 안에서 동물의 근육과 지방세포를 배양한 일명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와 동물권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배양육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가공한 것으로, 맛·질감·영양성분이 고기와 동일해 주목받고 있다.

배양육을 만들 때 중요한 요인은 사용할 세포의 종류와 배양액의 종류, 세포를 키울 때 사용하는 지지체 그리고 식품으로 가공할 방법 등이다. 특히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포를 감싸고 입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지체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배양육의 지지체로 쌀에 주목했다. 쌀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다공성이며 조직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어, 동물 유래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지지체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쌀의 특정 분자가 동물 유래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연구팀은 세포가 쌀에 잘 달라붙도록 식용가능한 생선 젤라틴으로 코팅했고 소의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쌀에 뿌려 9~11일동안 배양했다. 이렇게 배양된 '쇠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이 8%, 지방이 7% 더 많이 함유됐으며 식품안전 요건도 충족하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도 낮았다.

다만 실제로 밥을 지어보니 일반적인 쌀밥보다 식감이 더 단단하고 잘 부스러지는 특징이 있었다. 또 근육 함량이 높은 쌀에서는 쇠고기 또는 아몬드같은 냄새가 났고, 지방 함량이 높은 쪽에선 크림, 버터 및 코코넛오일 냄새가 나 실제 상용화를 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쇠고기 쌀'이 일반 쌀보다 환경적, 경제적인 이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백질 100g을 생산할 때 쇠고기는 49.8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쇠고기 쌀'은 6.27㎏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용화될 경우 쇠고기는 1㎏당 14.88달러(약 2만원)인데 반해 '쇠고기 쌀'은 2.23달러(약 3000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이론적으로 세포배양 단백질 쌀에서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며 "쌀은 이미 높은 영양분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 동물세포를 배양해 단백질까지 보충한다면 영양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 15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