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진통끝에 나온 '합의문 초안'...화석연료 감축 권고?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2 14:21:43
  • -
  • +
  • 인쇄
'당사국들 '알아서 화석연료 감축하라' 권고
화석연료 감축 첫발 뗐다vs '반쪽자리' 합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총회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12일(현지시간) 폐막을 앞두고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 완전 퇴출'이 명시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발표된 초안에는 "과학에 따라 2050년 이전 또는 그 무렵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정의롭고 질서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모두 감축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및 생산감축'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더구나 초안에는 화석연료 생산자들에게 생산량 감축 의무를 지우지 않고 '각국에 화석연료 감축을 포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문구만 담겨있다. 화석연료 감축을 각국의 선택으로 남겨둔 것이다.

이에 이몬 라이언(Eamon Ryan) 아일랜드 환경장관은 "그 '권고'라는 한 단어가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고간다"며 "최종 합의문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럽연합(EU)은 독자적인 화석연료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EU는 이 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이 문안의 모든 부분에 기후정의를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COP28 초안 중 화석연료 감축 부분 "당사국이 다음을 포함 할수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라는 문구로 강제사항이 아님을 명시했다. (출처=UNFCCC)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국가소멸'에 직면하게 되는 태평양지역 섬나라들은 합의문 초안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드릭 슈스터(Cedric Schuster) 소도서국연합(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 의장은 "우리는 사망 진단서에 스스로 서명할 수 없다"며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없는 문서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세베 파에니우(Seve Paeniu) 투발루 재무장관은 "단계적 폐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며 "화석연료 감축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는 "투발루는 계속해서 더 강한 탄소중립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직 정치인 모임 엘더스그룹(Elders group)의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회장은 "과학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기후정상회의에서 과학의 심각한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COP28에서 불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거나 화석연료 산업에게 허점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초안이 COP28의 주요 결과를 형성할 것"이라며 "이제 초안을 두고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EU를 중심으로 한 몇몇 국가들이 '감축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감축 권고' 문구마저 불편하게 여기고 있어 논쟁에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산유국들은 '화석연료 생산' 문구를 최종합의문에서 제외하고 '화석연료 배출'을 집어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석유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포집이나 배출권 구매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포집 기술은 미완성"이라고 지적했다.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포집을 석유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은 판타지 소설 속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기후활동가들은 이번 초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충분한 협약"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소수는 "이제 첫발을 뗀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국제기후계획 담당인 데이비드 와스코(David Waskow)는 "이 초안은 기후위기를 막는데 필요한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며 "전세계가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메인 이우알렌(Romain Ioualalen)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정책책임자는 "초안은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반면 제3세계 네트워크(Third World Network) 미나 라만(Meena Raman) 기후정책담당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처음으로 화석연료 소비와 생산에 대한 표현이 본문에 들어가 있는 점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아도우( Mohamed Adow)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Power Shift Africa) 이사도 "이것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평했다.

한편 COP28 의장단 대변인은 "이 초안은 우리의 목표를 반영하기 위한 큰 진전"이라고 자평하며 "앞으로는 각국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국이 인류와 지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