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0억불 필요한데"...기후지원금 1000억불 처음 넘었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7 14:56:15
  • -
  • +
  • 인쇄
OECD, 2020년부터 기후지원금 연도별 추이 발표
"부유국과 개도국 신뢰회복...논의 더 진전시켜야"

부유국들이 저개발국·개발도상국에게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기후위기 대응자금이 지난해 처음 1000억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이 약속을 했던 2009년에 비해 기후피해가 더 커져서 연간 5000억달러를 지원해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유국의 개발도상국 기후지원금은 2020년 830억달러, 2021년 896억달러가 지급됐고, 2022년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ECD는 "아직 지난해 기후 지원재정을 모두 집계하지 않았지만 그간의 추세와 예비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2022년 지원금은 1000억달러 이상 투입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당초 부유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Copenhagen climate summit)에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기후 적응자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부유국들은 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2022년에서야 지원금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성과는 11월말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논의를 진전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대응자금 연도별 추세(출처=OECD 홈페이지)

그동안 저개발국들은 부유국들이 약속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자 "부유국들의 재정지원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부유국들은 "기후 보조금과 대출 등을 지원하는데 막대한 자금이 든다"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겨우 연간 1000억달러 지원이라는 목표치에 도달하면서, 앞으로 저개발국과 부유국간의 협상에 물꼬가 터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스티븐 길보트(Steven Guilbeault) 캐나다 기후환경부 장관은 "이전까지 목표자금을 모으는데 실패한 것은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기후위기 지원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번에 목표했던 자금을 지원하면서 COP28 회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자원연구소(WRI) 싱크탱크 대표인 아니 다스굽타(Ani Dasgupta)는 "그동안 선진국들은 기후재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신뢰를 약화시켰다"며 "이번에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 신뢰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COP28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09년에 예상했던 것보다 기후위기 영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기후대응 자금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저명한 기후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기후위기에 맞춰 인프라를 개편하고, 기후재난을 입은 지역에 구조·재건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2조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보트 캐나다 기후환경부 장관 역시 "1000억달러가 큰 돈처럼 보였다"며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고 우리는 10배 넘는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아마 필요한 수조 달러의 대부분은 선진국 원조가 아닌 민간자금의 형태로 조달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 대상 민간투자는 이미 활발하지만 투자금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와 고탄소 인프라에 집중돼 있어 저탄소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자금을 지원받을 개발도상국들은 "자금이 모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야 모아진 것이 아쉽다"는 반응들이다.

바베이도스의 아비나쉬 페르소드(Avinash Persaud) 기후특사는 "이미 지원되던 보조금이 단지 '기후보조금'으로 이름만 바뀐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페르소드 특사는 "특히 민간투자자들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자금은 주지만 기후재난 피해자금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며 "연간 5000억달러의 기후재난 대응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론 목표 금액을 달성한 것은 좋은 일이다"며 "그렇지만 너무 올래 걸리고 이제야 약속이 이행됐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알 자베르(Al Jaber) COP28 의장은 "이번 발표는 고무적이지만 아직 더 나아갈 여지가 있다"며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모든 기후대응 지원 약속이 전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는 녹색기후기금의 확대와 손실 및 피해기금 마련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