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대응 자금 '쥐꼬리'..."COP28에서 자금지원안 마련해야"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3 16: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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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 통해 촉구
"부유국 400억불 지원 약속 지키지 않아"


국제연합(UN)이 전세계가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에 있어서 '한심할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최근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폭염, 홍수 등 극한기후 대비에 투입되는 자금은 필요액의 5~10%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UNEP는 취약한 국가의 기후적응을 위해 올해만 연간 2150억달러에서 387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실제 사용된 자금은 210억달러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이마저도 2020년에 비해 15% 감소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UNEP는 "부유국들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25년까지 4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고 있지 않다"며 "오는 11월 열리는 COP28에서는 반드시 실효성 있는 자금지원안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보고서는 "기후적응 조치는 비용대비 투자효과가 매우 크다"며 "작은 투자로도 큰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해안 홍수 방지를 위해 10억달러를 사용한다면, 140억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적절한 기후적응 조치가 없으면 극한기상으로 인한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에 가장 취약한 55개 국가가 지난 20년동안 받은 경제적 손실은 5000억달러가 넘었다.

이에 기후전문가들은 "기후적응은 생존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UNEP 이사는 "적절한 예방책이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위험에 노출된 실정이다"며 "기후변화는 다시 한번 더 파괴적이고 치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올 한해 지구를 강타한 기상이변을 나열하며 "우리는 TV 화면에서 그 증거를 몇 번이고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엔더슨 이사는 "기후적응 대응 기금이 감소하면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기후재난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부터 매일, 매주, 매월, 매년 곳곳에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국가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E3G의 톰 에반스(Tom Evans) 기후분석가는 "기후적응 문제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워 오랫동안 간과돼 왔다"며 "그러나 기후재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무사안일주의는 근절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국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기후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UNEP는 구체적인 기후적응 방안으로 해수면 상승 예방과 폭염 경보체계, 농업개혁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도시가 폭염에 더 잘 적응해야 하고 농업도 더 많은 가뭄에 적응해야 한다"며 "도심 주요 열섬지역의 녹지 비율을 늘리고 해안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극한폭염에 대비에서 이를 예측하고 경고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이같은 기후적응 방안 마련을 위해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80% 이상의 국가가 자국에 맞는 기후적응 계획을 수립했지만 예산이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세계은행 및 기타 국제금융기관의 개혁과 더불어 각국 정부와 기업의 지출 증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엔더슨 이사는 "항공 및 해양운송 대한 부과금, 개발도상국 대상 부채 탕감 등 적극적인 자금 마련이 중요하다"며 "비록 일각에서 논란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기후 적응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화석연료 기업에게 '횡재세'를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기업들이 기후위기를 촉진시키면서 쌓은 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전 영국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석유 부국을 대상으로 연간 250억달러의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이들이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기후 취약국가를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UNEP 보고서에 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생명과 생계수단이 손실되고 파괴되고 있으며 취약계층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후적응 조치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기후적응 격차를 줄이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재벌이 기후위기를 야기하는데 크게 일조했다"며 "화석연료 기업에게 횡재세를 강하게 부과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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