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부정에 로비...'엑손모빌' 과거 문건으로 파장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5 12:41:14
  • -
  • +
  • 인쇄
기후변화 반대단체와 연구자에 자금지원
석유기업 대상 기후소송에서 불리해질 듯

거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이 겉으로는 화석연료 배출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뒤로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려는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과 가디언지(The Guardian)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엑손모빌 내부 보고서가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내 대외비였지만 뉴욕주 법원이 해당 문건에 대해 공개명령을 내려 밝혀진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2006년~2016년까지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전 엑손모빌 CEO가 재임하던 당시 작성된 것이다. 2006년 엑손모빌은 기후위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비공개 문서에서 엑손은 기후위기를 부정하기 위해 대규모 로비를 벌였다.

또 2008년 엑손모빌은 "기후변화 반대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의 '불확실성'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과학자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외부지원뿐만 아니라 엑손모빌이 독자연구를 통해 기후위기를 부정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2012년 엑손모빌 사내 연구원은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해 피터 브라벡-레트마테(Peter Brabeck-Letmathe) 엑손모빌 이사는 이사회에서 "미래의 기후변화와 영향을 예측하는 데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돈과 노력이 잘못된 곳에 쓰이고 있다"고 발언했다.

더불어 엑손모빌은 과학계의 경고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2011년 기후변화에 관한 당사자국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억제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틸러슨 전 CEO는 자사 직원들에게 "IPCC의 경고는 신뢰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한 엑손모빌 연구원은 "틸러슨 전 CEO는 자사 과학자들과 함께 IPCC의 기후위기를 부정하려는 연구를 지속했다"고 사내 이메일을 통해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손모빌의 이중적 태도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에도 드러났다. 2015년 12월 엑손모빌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했으며 틸러슨 전 CEO도 "파리기후변화협약 지지를 유지한다"고 장관 인사검증 청문회에서 밝혔다. 그러나 틸러슨 전 CEO는 그해 4월 엑손 이사회에서 "2℃ 목표는 마법같은 것"이라며 "이는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논란에 대해 현 엑손모밀 CEO인 대런 우즈(Darren Woods)는 "오래된 이메일과 메모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 전념하는 전체 사업망을 구축하고 있고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올 5월 열린 주주연례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고 화석연료 생산감소를 강제하는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이 문서는 기후소송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들은 "석유업계가 석탄, 석유 및 가스 연소의 위험성을 수십 년 동안 알고 있었지만 그 정보를 숨겼다"는 기후소송에 직면했다. 미국 정치권도 기후소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7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를 비롯한 몇몇 상원의원들은 법무부에 "미국 소비자 보호법, 공갈죄 및 기타 법적 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석유 기업들을 고소하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