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온난화 현상 2배 빨라...등반철 눈사태 위험 증가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4 12:24:05
  • -
  • +
  • 인쇄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하려면 이제 목숨을 걸고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의 눈사태 위험이 증가하면서 사망자 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과 네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Integrated Mountain Development) 등 국제연구팀이 유럽지구과학연합(EGU)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50년동안 해발 4500미터(m) 이상을 등반하다가 눈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최소 564명에 달했다.

8000m 이상의 14개 산과 6000m 이상의 유명 봉우리로 한정할 경우 1895년~2022년까지 최소 1400명이 등반하다가 사망했고, 이 가운데 33%는 눈사태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그 이전에도 눈사태는 늘상 있었다. 그러나 지구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등반철에 눈사태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달라졌다. 히말라야 동부 산맥을 기준으로 3월~5월 그리고 9월~11월까지 비교적 등반하기 안전한 달로 꼽혔다. 그런데 이 달마저도 눈사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 눈사태 빈도가 높아지는 이유를 인도양의 온난화로 인한 사이클론 강화와 몬순의 불규칙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소속 기후학자 아룬 바크타 슈레스타(Arun Bhakta Shrestha) 박사는 "일반적으로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은 육지를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잃는다"며 "따라서 히말리야 고산지대는 사이클론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최근들어 사이클론이 히말라야 고원지대 내부에 영향을 미쳐 과도한 폭설이 내리고 있다"고 했다.

인도 열대기상학연구소(Indian Institute of Tropical Meteorology)의 록시 매튜 콜(Roxy Mathew Koll) 박사는 "인도양의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몬순은 더욱 불규칙해지고 사이클론은 빈도, 강도 및 지속 시간이 증가해 아라비아 해와 벵골만을 지나면서 힘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몬순 패턴의 급격한 변화와 해양온난화로 인도양에서 사이클론이 더 자주, 더 강렬하게 형성되면서 안전한 등산철을 예측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히말라야 등반 원정대 지원 기상학자이자 일기예보관 크리스 토머(Chris Tomer)씨는 "1996년 에베레스트에서 눈보라로 8명의 등반가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이후 사이클론을 주시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굳어졌다"며 "사이클론이 발생하면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낭가 파르밧같은 히말라야 서부에 위치한 봉우리는 물론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중부의 인기 봉우리도 눈사태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머는 "20년 전에도 날씨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마나슬루와 다울라기리같은 산맥들에 내린 눈의 양을 보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또한 히말라야 산맥의 기온이 높아지면 눈사태 위험도 증가한다. 눈이 녹아내려 눈사태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눈사태 자체에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겨울과 이른 봄의 따뜻한 기온이 눈사태 발생 빈도를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논문에 의하면 눈이 녹아 습한 눈사태의 경우 눈 결정의 밀도가 증가해 완전히 매몰된 피해자의 호흡이 제한될 수 있다. 눈이 점점 더 얇아지고 날카로워져 둔상 및 이차 부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재 히말라야 산맥은 전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온에 따른 눈사태 불안정성이 눈사태 활동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University of Graz)의 수문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저자인 야콥 스타이너(Jakob Steiner)는 "장기 관측 자료가 부족하고 아직 기후와 눈사태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눈사태 사망자의 꾸준한 증가가 현재로서는 어떤 단일 요인에 기인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그 발자국은 엿볼 수 있었다"며 "눈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