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해서 먹는 초가공식품...심혈관 건강 망친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8 17:31:33
  • -
  • +
  • 인쇄
비만, 당뇨, 암 외에도 고혈압, 뇌졸중까지
초가공식품 15% 미만이 위험성 가장 낮아


최근 시리얼, 프로틴바, 탄산음료,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등 초가공식품(UPF) 소비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초가공식품이 고혈압과 심장병,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올 10월 5일부터 4일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ESC 2023)에서 발표될 예정인 두 개의 연구논문을 통해 '초가공식품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팀이 15년간 1만명의 여성을 추적한 결과,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의 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 확률이 39% 높게 나타났다. 소금과 설탕, 지방의 영향을 조정한 후에도 결과는 동일했다. 고혈압은 심장질환, 말초동맥질환, 대동맥류, 신장질환, 혈관성 치매 등 심각한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32만5000명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진행한 또다른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협심증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통해 일일 초가공식품 소비를 10% 늘리면 심장병 위험이 6%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중국 공군의과대학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이 식단의 15% 미만인 사람들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낮았다.

초가공식품의 소비는 최근들어 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현재 평균 식단의 약 55%가 초가공식품이며, 청년층과 빈곤층, 빈곤지역 출신의 사람들의 초가공식품 비중은 식단의 80%까지 차지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초가공식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 제조된 식품으로, 소금·설탕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고 첨가제와 방부제가 함유되기도 했다. 섬유질이 적고 신선식품 혹은 최소한의 가공식품에 존재하는 영양소가 부족하다. 다른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 제2형 당뇨병,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긴급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호주 시드니대학 아누쉬리야 판트(Anushriya Pant)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서 산 샌드위치, 수프, 저지방 요거트 등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이 사실 초가공식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이 실은 고혈압 발병에 일조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판트 연구원은 "여성이 대개 남성보다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섭취한다"며 "그 원인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초가공식품 다이어트 및 저지방식품 마케팅에 의한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초가공식품 전문가 중 1명이자 베스트셀러 '울트라 프로세스 피플'(Ultra Processed People)의 저자인 크리스 반 툴레켄 박사(Chris van Tulleken)는 "초가공식품하면 대부분 '정크푸드'를 떠올리겠지만, 건강에 좋고 영양가 있으며 환경친화적이라고 홍보되는 '윤리적' 식품에도 초가공식품이 많다"며 "이들 제품이 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식욕 조절을 방해하며 호르몬 수치를 바꾸고 심혈관 및 기타 질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 툴레켄 박사는 "칠레와 멕시코처럼 초가공식품 포장에 검은색 경고라벨을 추가하고 초가공식품 마케팅,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단속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영국심장재단의 부의료 이사인 소냐 바부나라얀(Sonya Babu-Narayan) 박사는 "인공첨가물이나 소금, 설탕, 지방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초가공식품과 심혈관 질환간 연관성을 이해하려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