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전환이 동남아 기후변화 해결할 열쇠?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6 11:33:17
  • -
  • +
  • 인쇄
축산보다 대체육 생산할때 온실가스 감축효과
대체육 투자 확대..."미래는 소비자가 결정할 것"
▲대체육으로 조리한 햄버거 스테이크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대체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동남아시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분석이 나왔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지속가능 개발투자기관 아시아 리서치 인게이지먼트(Asia Research Engagement, ARE)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동물성 단백질 생산을 줄이고 식물성 대체 공급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고서는 "2060년까지 동남아시아 및 기타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대체 단백질이 단백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려면 전용 자금이 필요하며 아시아 식품산업, 투자자 및 은행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탄소배출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대두 등 동물사료를 대규모로 재배하고 새로운 농장을 짓기 위해 산림을 개간하기 때문에 산림과 생물다양성도 훼손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은 농업보다 자원집약적이고 더 많은 토지와 물, 동물, 항생제 등을 사용한다. 

ARE는 보고서를 통해 "물론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지만 아시아 국가에 특히 중요하다"며 "아시아가 축산물과 해산물을 포함한 동물성 단백질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빠른 경제 성장으로 육류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육류와 해산물에서 1인당 8.9~12.3kg의 단백질을 섭취했는데 이는 기후 영양학자들로 구성된 이트-랜싯위원회(The EAT-Lancet Commission on Food, Planet, Health)의 권장량인 5.1kg을 2배 가까이 상회한다.

대안식량 비영리단체 굿푸드 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의 아시아지사 미르테 고스커(Mirte Gosker) 이사는 "아시아의 농장에서 동물에게 먹이는 대두의 상당부분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이는 2배로 문제가 된다"며 "축산업 전반적인 환경 발자국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대체육에 주목해왔다. 많은 기후영양학자들은 "대체 단백질은 재생에너지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기후안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 및 유제품 대체 단백질 생산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친환경 건물보다 7배, 무공해 자동차보다 11배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도 대체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굿푸드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대체 단백질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은 2019년 10억달러에서 2021년 50억달러로 급증했다. 또 대체 단백질에 초점을 맞춘 발효기업은 2020년 6억달러에 비해 2021년에는 17억달러의 투자를 확보했으며, 대체 육류 및 해산물 기업은 2020년 4억달러에 비해 2021년에는 14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식품 기업들도 대체육에 주목하고 있는 추세다. 태국의 거대 식품기업 CP푸드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식물성 고기인 미트 제로(Meat Zero) 브랜드를 확장했다. CP 푸드는 "이는 아시아 전역에서 대체 단백질 소비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ARE는 보고서를 통해 "두부, 콩류와 같은 식물성 제품은 오랫동안 아시아 전통 식단의 일부였지만, 역사적으로 아시아 식문화에서 육류 대체품으로 기능하지는 못했다"며 "발상을 전환해서 이들을 육류를 대신한 단백질 공급 수단으로 만들면 잠재 가치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스커 이사도 "각국이 대체 단백질의 제조와 개발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기후위기를 막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며 "다만 생산 과정에서 대체 육류는 시설에서 전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정작 소비자가 대체육을 반기느냐는 것이다. 네덜란드 다국적은행 라보뱅크(Rabobank)의 식품소비 분석가인 미셸 황(Michelle Huang)씨는 "대체 단백질의 미래 성장을 결정짓는 요인은 소비자가 될 것"이라며 "현재 소비자들은 대체 단백질 소비의 주요 장벽으로 맛, 질감, 가격을 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육류 제품과 맛과 가격이 동등하거나 거의 동등해질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맛과 가격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소비자의 초기 호기심을 반복 구매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씨는 "대체육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그만한 규모의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대체 단백질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낙농 및 축산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낙농업 부문에서는 소의 분뇨를 전기로 바꾸는 바이오가스 발전을 통해 탈탄소화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모두 "대체 단백질이 대중 시장 소비를 이끌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연구 개발에 대한 공공 및 민간 이해관계자의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개도국 녹색대출 공공자금으로 매입'...IADB, 기후재원 조달방안 제시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폭우 오는데 '캠핑장' 환불 안된다고?..."기상악화시 환불해야"

기후변화로 폭우·폭설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캠핑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은 기상악화로 인해 예약한 캠핑장을 취소해도 환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