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동상 훼손 "2.8만유로 배상하라"...기후활동가들 줄줄이 유죄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3 12: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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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마지막세대 소속 활동가들이 리오콘 동상에 손을 붙이고 현수막을 내건 모습 (출처=마지막세대)


일부 기후활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유명 명소나 명화에 이물질을 끼얹거나 접착제를 붙이는 등의 과격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바티칸박물관의 고대 동상을 손상시킨 활동가들에게 피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12일(현지시간) 바티칸법원은 바티칸박물관의 고대 라오쿤 동상 밑에 접착제로 손을 붙인 2명의 기후활동가에 대해 가중 피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고 2만8000유로(약 387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을 받은 사람들은 마지막세대(Last Generation) 소속 환경운동가 귀도 비에로(Guido Viero)와 에스터 고피(Ester Goffi) 그리고 로라 조르지니(Laura Zorzini)다. 배상금과 별도로 비에로와 고피는 집행유예 9개월을 선고받으며, 각각 1620유로(약 223만원)의 벌금까지 물었다. 조르지니는 120유로(약 1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검사측은 비에로와 고피에게 각각 징역 2년에 벌금 3000유로, 조르지니에게는 징역 1개월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맡은 카티아 섬마리아(Catia Summaria) 검사는 "만약 법원이 집행유예를 결정하면 피고들은 동상 파손비용 전액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라오쿤 조각상 바닥에 접착제로 손을 붙이고 '마지막 세대:가스도 탄소도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법원에 따르면 비에로와 고피가 행위를 주도했으며 조르지니가 이들을 촬영했다. 라오쿤 조각상은 기원전 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비슷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지막세대측은 "라오쿤 조각상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그 뒤에 숨겨진 상징적인 이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오쿤은 트로이 전쟁 당시 그리스군이 준 트로이 목마를 받지 말라고 동료 트로이군에게 경고한 인물이다. 마지막세대는 "기후위기는 정치 지도자들이 무시하고 있는 현대판 트로이 목마"라고 강조했다.

바티칸 시국 측의 플로리아나 기글리(Floriana Gigli) 변호사는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을 악용해 세계적인 예술적, 문화적 유산에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며 "두 활동가는 그들의 시위가 예술품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손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 드브뢰(Guy Devreux) 바티칸 박물관 대리석 복원 연구소장은 "기단의 손상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구적"이라며 "대리석 바닥은 작품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피고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활동가들은 지난달 24일에 열린 심리를 통해 "동상을 훼손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그러나 이탈리아가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아버지와 할아버지로서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 의무를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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