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후퇴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들...'탈탄소보다 수익극대화'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2 11:41:25
  • -
  • +
  • 인쇄

대형 석유·에너지 기업들의 주요 주주들이 지난 주주총회에서 탄소중립이 아닌 석유 수익극대화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Exxon Mobil Corp)과 셰브론(Chevron Corp)의 주주연례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준수하고 화석연료 생산감소를 강제하는 결의안이 부결됐다. 이 안건은 기후행동주의 주주그룹인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제안한 것으로, 반년 전보다 찬성표가 10% 줄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P, 로열 더치 쉘(Shell Plc),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SE) 등 유럽계 기업들도 비슷한 안건이 상정됐지만 모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는 석유기업들의 ESG를 적극 압박하던 지난해 모습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2021년 엑손모빌이 환경주주단체 엔진1(Engine No.1)의 켐페인으로 이사 3명을 교체하는 등 주주들은 기업의 탈탄소에 적극적이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러한 주주행동주의는 투자자들의 저조한 수익률로부터 기인했다"고 말했다. 즉 석유기업의 많은 주력사업들이 예산을 초과하고 이들의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유를 높은 값에 받는 게 필요했으며,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석유생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폭염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자 석유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 후 원유 시장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거대 석유기업들은 그 시기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주주 수익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엑손과 셰브론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연간 약 60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BP, 로열 더치 쉘, 토탈에너지는 영국과 프랑스 우량주 거래소의 시가총액 상위 5위권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손 CEO는 주주총회에서 "고객이 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배출에 석유회사가 초점을 맞추라는 요구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접근방식"이라며 "에너지 수요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우리들이 운영을 중단하면 소비자는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혹은 고탄소 배출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후행동주의 주주들은 이같은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팔로우 디스의 설립자인 마크 반 발(Mark van Baal)은 "최근의 투표는 전세계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아직 기업과 금융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위험과 단기적인 이익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