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로 산불 빈도 증가"...기후위기와 산불 상관관계 첫 규명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7 12:13:04
  • -
  • +
  • 인쇄
북미 88개 대기업 탄소배출량 분석한 결과,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빈도수 높여

기업들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산불을 증가시켰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16일(현지시간) 참여과학자모임(UCS)과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기후과학자들은 북미지역 상위 88개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서부지역 증기압 결핍도(VPD:Vapor Pressure Deficit)를 높이면서 산불 빈도수를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혔다.

'증기압 결핍도'(VPD)는 식물과 토양에서 물을 끌어내는 공기의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쉽게 말해 공기중 수증기 양이 얼마나 부족한지 식별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기온이 올라갈수록 VPD는 증가한다. VPD가 높을수록 날씨가 건조하다는 의미이므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된다.

연구팀은 먼저 상위 88개 대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규명할 필요가 있었다. 분석결과 엑손모빌(ExxonMobil), BP, 셰브론(Chevron), 쉘(Shell)을 포함한 상위 88개 대기업의 배출량은 20세기초 이후 지구 평균기온을 0.5°C 상승시킨 원인이며, 이는 관측된 온난화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연구팀은 88개 기업의 온실가스가 북미 서부지역의 VPD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기 위해 기후모델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1901년~2021년까지 VPD 증가의 48%가 탄소를 배출한 기업에서 기인된 것으로 나왔다. 또 VPD 증가로 산불 빈도가 늘어나면서 1986년~2021년까지 미국 서부와 캐나다 남서부 면적의 37%가 불에 탔다고 했다. 결국 기업의 탄소배출로 인한 VPD 증가가 산불을 더 빈번하게 일으킨다는 것이다. 

논문의 1저자인 UCS의 크리스티나 달(Kristina Dahl) 박사는 "미국 서부와 캐나다 남서부의 산불은 수 십 년동안 악화돼 왔다"면서 "더 긴 계절에 걸쳐 더 강렬하게, 더 넓은 지역을 덮고 더 높은 고도에 도달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탄소배출을 야기한 기업들에게 책임지도록 하고 싶었다"며 "아울러 화석연료 배출 산업이 산불지형을 변화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고 연구동기를 밝혔다.

달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업의 화석연료 연소가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 정량적으로 밝힌 연구"라며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기업에 의해 형성된 현실에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의 선택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가 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탄소배출 기업들은 현재 기후소송에 직면해 있다. 개인보다 환경에 훨씬 더 악영향을 끼친 것이 이번 연구로 밝혀지는 만큼 그 책임 또한 지라는 것이다. 

UCS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정부조사를 촉구하고 있다"며 "특히 기업의 내부 모델링에 의해 예측된 기후위기를 묵인하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