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만든 '극한노동'...노동자 수만명 열질환으로 사망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1 12:06:53
  • -
  • +
  • 인쇄
열 피로에 지속 노출되면 영구적 피해 초래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부와 고용 노력필요


지구온난화가 이주노동자 및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9일~10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직업적 열피로에 관한 국제회의(ILO:International Conference on Occupational Heat Stress)에 앞서 공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온도상승은 여러 지역의 근로자에게 열관련 질병과 부상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특히 아랍이나 아프리카 등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은 위험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열피로에 노출된다면 신체에 영구적인 피해가 오는 '열 변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진들은 극심한 더위와 태양 복사열은 열사병, 신장, 심장, 폐 질환을 유발하고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말한다.

루바 자라닷(Ruba Jaradat) ILO 아랍국가 지역국장은 "이상고온은 환경에 심각한 혼란과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너무 더워서 일할 수 없거나 느린 속도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전세계 총 노동시간의 2%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자라닷 국장은 "전세계 근로자의 더위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고용주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최국인 카타르는 자국의 근로시간 일시 중지제도를 소개하며, 모든 나라들이 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2021년부터 카타르는 하계기간인 6월 1일~9월 15일까지 오전 10시~오후 3시30분 사이에 야외근무를 금지하고 있다. 알리 빈 사미크 알 마리(Ali bin Samikh al-Marri) 카타르 노동부 장관은 이를 소개하며 "카타르는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종합적인 계획을 채택하는 등 직업적 열 손상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것을 "위험의 외주화"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은 카타르 월드컵 준비기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노동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50℃를 오르내리는 극한 기후에도 쉬지 못하고 하루 12시간씩 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더운 날에 쉴수 있는 것은 자국 정규직 노동자만이 누리는 '사치'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노동법조차 없는 나라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노동보건단체 라 이슬라 네트워크(La Isla Network) 저스틴 글레이저(Justin Glaser) 대표는 "10년동안 중앙아메리카의 노동자 2만여명이 열 손실로 인한 만성 신장질환으로 사망했다"며 "같은기간 스리랑카에서도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2만5000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첸나이시에 위치한 스리 라마찬드라 연구소(Sri Ramachandra Institute)의 비디야 베누고팔(Vidhya Venugopal) 산업보건학 교수는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인도 소금농부들이 신장질환과 기타 질병에 시달린다"며 "여름철에는 그들 중 80%가량이 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베누고팔 교수는 "인도 북부의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인도와 다른 가난한 국가들은 국제표준이 시행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노동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면 노동생산성이 더욱 증가한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대표는 "중앙아메리카 설탕 회사 노동자들에게 휴식과 물을 제공한 결과 그들이 기존에는 하루에 4.75톤에 사탕수수를 잘랐지만 이제는 4시간에 6.2톤을 자른다"고 말했다.

ILO는 회의에서 "모든 근로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부, 시민단체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직업적 열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FC서울 홈 개막전 앞두고...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회용기' 도입

서울시가 오는 22일 열리는 FC서울 홈 개막전에 맞춰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의 편의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시는 서

도심 열섬현상 '빗물'로 잡는다...서울시, 관리시설 확대

서울시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자 10억원 예산을 들여 빗물관리시설 확대에 나선다.서울시는 2026년 빗물관리시설 확충사업으로 성북구 등 9개 자

대기업 취업문 '활짝' 열렸다…채용 규모 5만여명

삼성그룹,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2026년 상반기 공개채용에 본격 돌입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5만여명으로 확대되고, 인공

[ESG;NOW] 오뚜기 '스코프3' 배출량 90%…2030 감축목표 '시급'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하나금융, 20억 규모 'ESG 더블임팩트 펀드' 참여기업 모집

하나금융그룹이 ESG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매칭펀드 참여기업 모집에 나선다.하나금융그룹은 18일 사회혁신기업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2026 하나 ESG

'20만전자' 회복한 삼성전자...1200명 모인 주총장 '축제 분위기'

중동 전쟁으로 꺾였던 주가가 '20만전자'를 회복한 18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장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1년전 반도체 사업부진 등으로 성토장이

기후/환경

+

[ESG;NOW] 오뚜기 '스코프3' 배출량 90%…2030 감축목표 '시급'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슈퍼 엘니뇨'가 다가온다…2027년 '역대 최고기온' 예고

오는 2027년 엘니뇨 영향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다.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지난해 대형 메탄누출 사고 4400건..대부분 석유·가스 시설

지난해 시간당 100kg 이상의 메탄이 누출되는 대형사고가 440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UCLA) 연

[영상] 3월인데 또 '겨울폭풍' 강타한 美…폭설·한파·토네이도 '동시발생'

올 1월 강력한 겨울폭풍이 덮쳤던 미국에 또다시 겨울폭풍 '아이오나(Iona)'가 덮치면서 50만가구가 넘게 정전 피해를 겪고 있고, 항공편 수천편이 운항

'기후변화' 기대수명 단축시킨다...폭염으로 운동량 감소

기후변화로 폭염일수가 증가하면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기대수명을 크게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16

[날씨] 中 산불 연기가 국내까지...전국 미세먼지 '극심'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산불의 연기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대기를 탁하게 만들고 있다.17일 수도권과 강원영서·충청·호남·영남 등 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