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물부족 심각해지는데...부유층, 수영장·정원에 물 '펑펑'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1 15:52:24
  • -
  • +
  • 인쇄
부유층 물 사용량, 빈곤층 50배 '물위기' 재촉
가까운 미래에 도시인구 10억명 '물부족' 경험


부유층의 개인 수영장과 정원이 도시의 물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현지시간) 부유층의 과도한 물 낭비가 물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네이처 서스티나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 학술지에 발표됐다. 그 피해는 기후위기, 인구증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진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유층의 1인당 물 사용량은 빈곤층의 최대 50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케이프타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부유층은 도시의 물을 51%가량 소비했고, 반대로 인구의 62%에 해당하는 빈곤층은 물 사용량 비중이 27%에 불과했다.

부유층들은 개인 수영장에 물을 채우거나 정원에 물을 주는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용도가 아닌 곳에 물을 낭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연구진은 물이 부족한 시기에 부유층들이 개인 시추공으로 물을 끌어다 쓰면서 지하수 자원까지 고갈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진은 부유층의 물 사용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인구변화나 가뭄보다도 전반적인 물 가용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는 2016년 보고서를 인용해 "값싸고 풍부한 식수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빚어지는 물 위기를 대처하는 관료들의 자세도 비판했다. 부유층과 빈곤층간 물 사용량 격차를 간과한 채 공급을 늘리고 물 가격을 높이려는 시도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을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것이 수자원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케이프타운은 수년간의 가뭄으로 인해 2018년 도시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이른바 '데이제로'(Day Zero)에 직면했던 곳이다. 당시 빈곤층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조차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케이프타운만 이같은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마이애미, 멜버른, 런던, 바르셀로나, 상파울루, 베이징, 벵갈루루, 하라레를 포함한 전세계 80개 이상 대도시가 극심한 가뭄과 물 부족을 겪었다.

연구진은 가까운 미래에 도시 물 위기가 확산돼 도시 거주인구 10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글로벌 물경제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the Economics of Water)는 2030년까지 전세계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한나 클로크(Hannah Cloke) 영국 레딩대학 교수는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에 사회적 불평등까지 더해 빈곤층이 매일 필요한 물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세계 여러 곳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한 도시 수자원 공유 방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사람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글로벌 물경제위원회 보고서의 주요저자인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물 위기의 중심에 정의와 형평성을 둬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기술·재정적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호주 열대우림, 탄소흡수원에서 '배출원' 됐다

기후가 점점 더 고온건조해지면서 탄소 흡수원인 열대우림이 역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연구진은 호주 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