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일' 친환경 아니었어?...고열에서 '미세플라스틱' 배출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6 17:29:45
  • -
  • +
  • 인쇄
호일 양면에 '폴리실록세인'으로 코팅
고열 가하면 분자 구조 느슨해져 배출
▲에어프라이어 조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종이 호일'(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많은 사람들이 에어프라이어 바닥에 깔아서 사용하는 '종이 호일'이 고열을 가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 전 '알루미늄 호일'의 유해성이 지적되기 시작하면서 '종이 호일'은 이를 대체할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훨씬 친환경적이고 종이니까 유해물질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 호일'은 친환경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종이 호일'은 양면에 내열성·내수성 강화를 위해 실리콘과 같은 폴리실록세인(Polysiloxane)이라는 고분자물질(플라스틱)이 코딩돼 있다. 이 성분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진 데다 염분과 산성에 강해 식료품을 포장할 때 안전하다. 그러나 고열을 가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폴리실록세인은 열을 가하면 분자구조가 느슨해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고열로 데우는 음식의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유기화학 연구소 위르겐 H.그로스 교수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종이 호일을 조리에 사용한 후 식품의 접촉 표면을 분석한 결과, 폴리실록세인 중합체가 검출됐다.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는 6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종이 호일을) 100℃ 전후의 온도에서 한두번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200℃ 이상의 고온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종이 호일의 내열 온도는 220~240℃로 표기돼 있는데 이는 본격적으로 분해되기 시작하는 지점"이라며 "이보다 낮은 160℃ 정도의 열로도 분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이 호일은 천연펄프를 사용했기 때문에 친환경인증제품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리콘 성분이 코팅된 종이 호일은 코팅지로 만들어진 종이컵, 영수증, 종이 봉투와 마찬가지로 종이로 분리배출할 수 없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소각하거나 매립되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고열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종이 호일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어나 삼겹살 등 기름이 많이 나오는 재료를 조리할 때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종이 호일을 사용하기도 하고, 에어프라이어의 경우엔 전용 종이 호일이 나오기도 한다.

가스레인지 불의 온도는 평균 1000℃여서 프라이팬 표면 온도는 최소 200℃에 달하는데 여기에 종이 호일을 놓고 고기를 구우면 미세플라스틱이 음식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 에어프라이어 역시 평균 180℃ 이상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종이 호일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유해성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유해물질 검출 위험'이 있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하지만 강 교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무해하다고 볼 수 없다"며 "최근에는 스티로폼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밝힌 연구도 나오고 있어 종이 호일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역시 조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종이 호일은 말그대로 내열성이 있을 뿐 난연성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열을 가해 사용하면 화재 위험성도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기후/환경

+

美 뉴잉글랜드 2.5℃까지 상승...온난화 속도 2배 빠르다

미국 북동부 지역 뉴잉글랜드주가 산업화 이전대비 평균기온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구에서 두번째로 기온 상승속도가 빠른 것이다.4

호주 AI데이터센터 난립에..."마실 물도 부족해질 것"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급증하면서 호주가 물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챗GPT'를 운영하는 미국의 오픈AI를 비롯

희토류 독식하는 美국방부..."군사장비 아닌 탈탄소화에 쓰여야"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에 쓰여야 할 희토류가 군사기술 개발에 사용되면서 기후행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

'아프리카펭귄' 멸종 직면...먹이부족에 8년새 '95% 급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이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5일(현지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어

기습폭설에 '빙판길'...서울 발빠른 대처, 경기 '늑장 대처'

지난 4일 오후 6시 퇴근길에 딱 맞춰 쏟아지기 시작한 폭설의 여파는 5일 출근길까지 큰 혼잡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밤샘 제설작업으

[주말날씨] 중부지방 또 비나 눈...동해안은 건조하고 강풍

폭설과 강추위가 지나고 오는 주말에는 온화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라 포근하겠다. 다만 겨울에 접어든 12월인만큼 아침 기온은 0℃ 안팎에 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