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온도에도 무반응…개미는 온난화 부적응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2 15:51:48
  • -
  • +
  • 인쇄
기후변화 영향 고스란히 노출
개미와 산림생태계 피해 우려


개미가 기후온난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연구진은 개미들이 기온변화 대응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먹이활동할 때 개미가 선호하는 기온이 있으나 정작 환경의 온도가 변화해도 이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숲에 사는 개미 5종을 각기 다른 온도의 실험실에 넣고 관찰한 결과 개미들은 특정 온도에서의 먹이활동을 선호했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 롤리 인근 숲 16곳에 다양한 먹이를 두고 관찰한 결과 대부분 선호하는 온도보다 더 뜨거운 온도에 놓인 먹이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사 영스테트(Elsa Youngsteadt)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곤충생태학자는 "개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동을 바꾸지 않고 정해진 일과만을 고수하고 있었다"며 그 결과 기온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개미의 행동이 잘 바뀌지 않는 원인을 두고 연구진은 개별 개미의 수명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충분한 온도변화를 경험하고 이것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각 세대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영스테트 학자는 기온이 오르면 개미는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미들이 이 더운 상황에서 계속 움직일 만큼 충분한 에너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는 "개미들의 신진대사가 빨라져 공복 빈도가 잦아지고 에너지 소모가 심해진다"며 "언젠가는 개미가 행동을 바꾸겠지만 이미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수명이 줄어드는 치명적인 수준까지 기온이 올랐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곤충학자들은 개미가 기온상승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개미가 상승하는 기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개미생태와 나아가 산림생태계가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 개체수가 2천조 마리 이상에 달하는 개미는 토양을 통풍시키고 씨앗을 퍼뜨리며 포식자 및 청소부 역할을 하는 등 많은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한다. 영스테트 학자는 "개미는 생태계의 영양소 순환을 유지하며 만약 숲에 개미가 없다면 이 과정은 매우 더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바세르(David Vasseur) 미국 예일대학 진화생물학자는 개미의 행동이 해당 위치의 평균 온도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개미가 이동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빠른 온도변화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미가 뜨거운 온도를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연구진은 밖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개미뿐만 아니라 개미집 내부에서도 기온상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스테트 학자는 이번 연구가 "기온의 상승이 개미 군집과 에너지 흐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시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