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점친 기후위기..."1.5℃ 억제해도 남극 빙상 붕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6 12:10:30
  • -
  • +
  • 인쇄
남극 해저문어 간빙기 때 유전자 교류 확인
붕괴로 바닷길 열린 탓..."1.5℃보다 낮았다"


문어의 유전자가 남극 빙상의 암울한 미래를 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제임스쿡대학교 샐리 라우(Sally Lau) 박사 연구팀이 '투르켓 문어'(Turquet's octopus)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한다 해도 남극 빙상이 녹아내리면서 해수면이 3~4m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투르켓 문어는 지난 400만년간 남극 해저에서 서식하고 있는 문어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30여년에 걸쳐 수집한 96개의 투르켓 문어 표본에서 DNA를 추출해 특정 투르켓 문어 무리가 과거 어느 시점에 어떤 곳으로 이동했고, 서로 다른 곳에 살던 무리들이 만나 어떤 방식으로 교류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유추해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지구가 가장 최근 간빙기를 맞이한 12만5000년 전 남극대륙 서부 빙상 북편 웨들해(Weddell Sea)에 서식하던 투르켓 문어들과 반대편인 남쪽 로스해(Ross Sea)의 투르켓 문어들 사이에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는 빙상의 완전한 붕괴로 새로운 바닷길이 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빙상은 면적이 5만㎢ 이상의 거대한 빙하 얼음덩어리를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빙상은 면적이 1397만㎢에 달하는 남극 빙상이다. 전세계 민물의 절반 이상이 남극 빙상으로 얼어붙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극 빙하가 녹아내린 간빙기 당시 해수면은 현재보다 5~10m가량 높았다.

문제는 지난 간빙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년 대비 0.5~1.5℃ 높았다는 점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은 '1.5℃ 목표'보다 낮은 수치다. 결국 인류가 지정한 '1.5℃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기온을 더 낮추지 않는 한 남극 빙상은 계속해서 녹아내리면서 붕괴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남극 빙상으로 얼어붙어 있는 물은 전세계 해수면을 3~4m 상승시킬 정도의 양이다. 이미 남극 빙상은 2003~2019년 연평균 118기가톤이 녹아내리면서 하루 최대 50m씩 후퇴하고 있다.

해수면이 3m만 상승하더라도 전세계 해안선을 새로 그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수와 담수가 혼합된 한강 '기수'가 고양시 앞까지 몰려들 수 있고, 영산강, 낙동강 하구는 물론 금강 하구의 군산 장항 등이 수몰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저지대에 거주하는 6억7000만명, 군서 도서 국가에 사는 6500만여명이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온다.

남극 빙상이 지난 간빙기 실제로 붕괴했는 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공저자이자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소속 빙하분야 전문가 네이선 빈도프(Nathan Bindoff)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거 빙상이 어떻게 변해왔는 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게 우리 미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지 입증했다"면서 "문어 DNA가 남극 빙상 붕괴에 따른 해수면 변화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정식 게재되기 앞서 피어리뷰를 진행중이지만 연구팀은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온라인 생물학 분야 논문 공유 및 저장소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를 통해 지난 1월 29일 일반에 공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기후/환경

+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