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살 넘은 지구...38억년 전부터 지각변동 일어났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2 17:22:55
  • -
  • +
  • 인쇄
남아공에서 발견된 지르콘이 '판구조론' 입증
지구 초창기 '하데스대'에서 형성된 귀한 광물


태초에 지구표면은 여러 개의 판으로 이뤄졌다는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을 입증할 증거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지질학자인 나자 드라본(Nadja Drabon)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남아프리카의 바버튼 그린스톤 벨트(Barberton Greenstone Belt)에서 발견한 33개의 '지르콘' 결정체를 분석한 결과, 약 41억5000만년 전에서 33억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21일(현지시간)  'AGU어드밴스지(AGU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지르콘'은 지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물이지만 지층의 나이를 알 수 있는 결정체다. 연구팀이 남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지르콘 결정체는 '하데스대'(hadean eon)의 것으로, 매우 희귀한 광물이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딱 12군데, 각 장소에서 3개 이하로 발견됐다.

'하데스대'는 약 45억년전 지구의 생성초기부터 약 38억년 전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초창기 지구의 상태는 지옥과 같다는 의미에서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그리스 신화의 신 '하데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나자 드라본 교수는 "하데스 지구는 거대한 미스터리 상자"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체는 바로 이 하데스대에서 형성된 것으로, 이는 '판 구조론'의 핵심인 섭입의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원시지구에서부터 존재한 이 희귀한 광물이 판 구조론이 시작된 시기를 나타내는 새로운 단서"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판 구조론의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지르콘들을 분석한 결과 36억~38억년 전 전세계 여러 지역에서 안정적인 '원피층(protocrust)'이 섭입과 매우 흡사한 과정을 거쳐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판이 처음 이동하기 시작한 시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원피층은 지구 생성초기 6억년동안 안정돼 있던 맨틀이 다시 녹으면서 발생한 원시지구의 표층을 말한다. 섭입(攝入)은 지구의 지각이 서로 충돌해 한쪽이 다른 쪽의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지각은 여러 조각으로 나뉜 단단한 판으로, 대류하는 맨틀층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지구의 핵에서 나오는 열이 이 지각을 움직이며 화산, 지진 그리고 산맥의 융기를 일으킨다.

▲남아프리카 바버튼 그린스톤 벨트에 위치한 사암으로 이뤄진 산 (사진=AGU)


과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지구는 약 40억년 전에서 불과 8억년 전 사이에 현대의 지각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초기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했다. 하데스대에서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체가 그 증거가 됐다.

연구진은 "그린스톤 벨트 지르콘에 보존된 하프늄 동위원소와 미량원소는 결정화 당시 지구 상태에 대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38억년 전 지르콘은 현대의 섭입과 유사한 압력과 용융을 거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당시 지각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드라본 교수는 "38억년에 걸쳐 지각이 불안정해지고 새로운 암석이 형성되면서 지구화학적 특징이 현대 판 구조론과 유사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판 구조론은 약 38억년에서 36억년 전 지구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 결과 지구적 변화가 시작됐을 것으로 봤다.

이어 드라본 교수는 "지금까지 관측된 행성 가운데 판 구조론이 관찰된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며, 판 구조론이 행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만드는 필수조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판 구조론'은 지구의 대기와 표면을 형성한다. 판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화산가스와 생성되는 규산염 암석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변화를 일으킨다. 드라본 교수는 이를 "일종의 온도조절기"라고 비유하며 "지각 형성 및 재순환이 없었다면 지구는 펄펄 끓는 상태와 얼어붙는 상태를 오르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지구에 대한 기록은 매우 적지만, 지구의 여러 장소에서 비슷한 변화가 관측되면서 지각변동이 전지구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지구에서 일종의 재편성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