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물개도 감소하니...남극의 섬이 풀로 뒤덮였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2-15 15:56:05
  • -
  • +
  • 인쇄
극지방 생태계 변화의 증거..."도미노 현상 우려"
▲남극 토착식물 중 하나인 남극개미자리.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남극머리풀과 함께 빠르게 번성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10년간 기온이 오르면서 남극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해, 남극 자생식물이 빠르게 번성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남극 사우스오크니제도 시그니섬(Signy Island)의 연구진은 14일(현지시간)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남극 자생식물인 남극머리풀(Deschampsia antarctica)과 남극개미자리(Colobanthus evensis)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9년~2018년 사이 머리풀이 1960년~2009년보다 5배 빨리 퍼졌다고 밝혔다. 개미자리의 증가폭이 약 10배 이상에 달했다. 2009년 이후 이런 식물 개체수의 증가는 이전 50년간 증가폭보다 훨씬 컸다. 이 시기에 기온은 급격히 상승했고 물개 개체수는 감소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지난 10년간 여름온난화는 매년 +0.02℃에서 +0.27℃로 증가해왔다. 니콜레타 칸논 이탈리아 인수브리아대학 수석연구원은 "남극 지상생태계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식물들은 예상보다 더 엄청난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남극대륙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 변화 동인은 여름철 대기의 온난화와 식물을 짓밟는 물개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물개는 주로 1960년부터 2009년 사이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며,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주요 요인은 온도 상승이었다. 물개의 수가 줄어든 원인은 먹이 가용성 및 바다상태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속되는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계속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이번 시그니섬에서의 발견이 앞으로 극지방에서 일어날 일반적인 변화를 대변한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결과는 미래의 온난화가 남극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런 식물종의 확산이 토양 산도, 박테리아 및 곰팡이, 유기물 분해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았다. 칸논 연구원은 토양화학의 변화와 영구동토층의 퇴화가 일련의 변화를 일으키며 지상생태계의 모든 구성요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극머리풀과 남극개미자리는 매우 짧은 성장기에 적응하고 0℃ 이하의 눈 속에서 광합성을 하는 등 가혹한 기후조건에서 빠르게 번식할 수 있지만, 다른 외부 침입종과의 경쟁에 취약하다는 난점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온난화가 일부 토착종의 번식에 도움이 되더라도, 결국 침입종을 확산시켜 토착종을 몰아내고 생물다양성을 해칠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이다. 과거 2018년에도 골프장에 자주 쓰이는 잔디인 새포아풀(Poa annua)이 시그니섬을 뒤덮은 일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온난화가 이미 인간에 의해 옮겨진 이끼, 지의류, 관다발식물 및 무척추동물을 남극에 퍼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칸논 연구원은 "외부종의 유입으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고 생존해온 남극 고유의 생물다양성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식생의 변화는 지상생태계의 전체 생물군에 도미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빈 뉴샴 영국 남극조사국의 지상생태학자는 이번 연구가 "향후 수십년동안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토착식물종의 개체수가 증가하지만, 동시에 외부종이 확산하면서 이와 관련된 생태계 위험도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롯데·이마트, 메탄 감축목표 '낙제점'..."육류 위주 공급망이 문제"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육류·유제품·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목표가 '낙제점'이라는 국제환경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20일 글로벌 환

FC서울 홈 개막전 앞두고...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회용기' 도입

서울시가 오는 22일 열리는 FC서울 홈 개막전에 맞춰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의 편의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시는 서

기후/환경

+

서부는 41℃ 폭염, 동부는 눈폭풍…美대륙 '극과 극' 이상기후

미국 서부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데 동부는 폭우·폭설·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극과극'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서부의 이상고온

바닥 드러나는 댐과 하천들...평년 밑도는 강수에 봄 가뭄 '비상'

예년보다 비가 턱없이 적게 내리면서 봄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서해안, 경남 등 지리적 특성상 외부 수자원 의존도가 높은

"EU, 탄소중립 목표 완화해야"...합의해놓고 뒷말하는 獨 장관

지난해 온실가스를 겨우 0.1% 감축한 독일이 유럽연합(EU)을 향해 탄소중립 목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연방경제에너

기후위기가 '청년소득' 줄인다...알파세대는 2억원 넘게 손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면 호주 청소년세대가 평생 약 18만5000달러(약 2억7700만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글로벌 컨설

기후테크 협의체 '그린테크얼라이언스' 사단법인으로 출범

그린테크얼라이언스(GreenTech Alliance)가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그린테크얼라이언스

기온 2℃ 오르면…'식량불안 국가' 3배로 늘어난다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할 경우 식량불안을 겪는 국가의 수가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23일(현지시간)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보고서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