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전염되고 나서야 움직이는 국제기구들..."제2 코로나 막으려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7 17:02:42
  • -
  • +
  • 인쇄
하버드 연구팀, 팬데믹 예방 위한 3가지 솔루션 제시
"종간 감염은 사후대처 아닌 사전대응 초점 맞춰야'


코로나19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대처에만 치중한 국제기구들의 허술한 방역대책이 팬데믹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론 번스타인(Aaron Bernstein) 하버드대학 기후·건강·지구환경센터 소장 주도 연구팀은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해마다 3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세계은행그룹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세계준비태세감시위원회(GPMB)의 방역지침에 백신, 제약, 진단시험 등이 언급돼 있지만, 종간감염(spillover)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수공통 전염병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가능성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인간에게서 발병이 확인된 이후에서야 문제해결에 착수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짚었다. 한마디로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번스타인 소장은 이같은 대응방식에 대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들 가운데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912년 이래 연도별(가로축)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세로축)를 기록한 그래프. 동그라미의 크기는 경제적 피해규모(달러화), 동그라미의 색깔은 전염병이 발발한 대륙의 숫자를 의미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Science Advances)


연구팀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3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째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의 발견 및 감시체계를 전세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잠재적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연구를 글로벌 범위로 확대하고, 지역별로 가능성이 높은 곳을 추려 사전에 방역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관련 정보를 위험지역에 속한 축산업자, 식품업자, 소비자 등과 공유해 감시망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농·축산업의 비대화와 야생동물 거래를 막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규명되지 못했지만, 많은 학자들이 그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농·축산업 부지를 마련하기 위한 '숲의 파괴'다. 이로 인해 숲에 서식하던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예전에 인간을 숙주로 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는 메커니즘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영국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으로 중국 남부지역 숲이 커지면서 박쥐 개체수가 늘었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 매개 효과도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또 야생 포유류의 4분의 1이 거래되고 있는데, 여기에 박쥐류, 설치류, 영장류 등 인수공통전염병 위험이 높은 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인수공통전염병의 보초병 역할을 하는 수의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수의사가 적고 인수공통전염병 위험이 높은 생물종들이 많이 서식해 야생동물 거래가 빈번한 국가는 팬데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의사의 수는 국가별로 편차가 심하다. 적은 곳은 10만명당 2명, 많은 곳은 1000명당 2명 꼴이다. 문제는 수의사의 수가 많은 곳에서도 이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이나 가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야생동물 감염지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이 3가지 사전대처 솔루션을 실행하려면 연간 200억달러(약 24조원)가 필요하지만, 사후대처만을 고수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인명피해는 20배, 경제적 피해는 10배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저자 스튜어트 핌(Stuart Pimm) 교수는 "팬데믹은 앞으로 그냥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며 "인구는 늘고 도시화는 더 빨리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앞으로 발병할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비해줄 것을 촉구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