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안보위협"...UN안보리 결의안 러시아 거부로 부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2-14 15:43:55
  • -
  • +
  • 인쇄
안보리가 기후위기 결의안 발의한 것은 처음
15개국 중 12개국 찬성...상임국 러시아 반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손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사진=연합뉴스)

기후위기를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지정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첫 결의안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13일(현지시간) 안보리는 기후위기를 '충돌과 위기를 증폭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안보리 회원국 15개국 가운데 12개국이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 러시아와 인도는 반대했다. 찬성이 압도적이었음에도 거부권을 갖춘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에 결의안은 부결됐다.

안보리는 2007년 이래 다른 결의안을 통해 몇몇 아프리카 국가와 이라크 등지에서 지구온난화가 지역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부수적으로 다뤄왔지만, 기후위기 자체를 안보위협으로 특정해 결의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의안은 기후위기를 '충돌과 위기를 증폭하는 근본 원인'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기후위기가 국제적인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에게 정례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이 해당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정식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올해 안보리 의장국인 아일랜드와 니제르가 다시 공동으로 제안했다.

결의안은 또 강해져만 가는 폭풍, 해수면 상승, 빈번한 홍수, 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파생 효과가 사회적인 불안감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종국에는 "국제평화, 안보,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의안에 찬성한 안보리 회원 12개국 포함 유엔에 가입한 193개 회원국 가운데 113개국이 이번 결의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반대하거나 기권한 국가들은 기후위기 관련 사항이 안보리가 아닌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과 같은 더 넓은 조약 범위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를 안보리 영역으로 끌어오면 지난달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처럼 국제적인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실리 네벤지아(Vassily Nebenzia)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이슈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비화시킬 수 있다"며 "각국의 갈등에 대한 '실질적인' 원인 규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안보리가 사실상 어느 국가에나 개입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과 인도 역시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수 있는 안보리가 기후를 국제적인 갈등과 결부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T.S. 티루무르티(T.S. Tirumurti) 유엔주재 인도 대사는 "인도는 기후 행동과 기후 정의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이지만, 안보리가 이들 문제를 다룰 장소는 아니다"며 기후 문제는 기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맡겨놔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반발에 대해 이번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니제르의 압두 아바리(Abdou Abarry) 유엔주재 대사는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 문서에 대한 승인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