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버려도 되는 생리대...'환경과 건강' 다 잡았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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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업탐방] 스타트업 '어라운드 바디'
물에 술술 풀리는 친환경 생리대 개발로 '화제'
▲어라운드바디의 김지연 대표가 물에 풀어지는 생리대 '지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자화장실에는 '사용한 생리대는 반드시 휴지통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물에 풀어지지 않는 생리대를 변기에 버리면 막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기에 마구 버려도 되는 생리대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생리대는 물에 넣으면 휴지처럼 바로 풀어져 버린다. 

이런 획기적인 생리대를 만든 곳은 스타트업 '어라운드바디'. 이 회사의 김지연 대표는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어느날 공중화장실에서 생리대를 갈다가 불편함과 환경을 해친다는 부담감을 느껴 '왜 생리대는 40년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것일까'에 의문을 품고 본인이 직접 개발하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물에 풀리는 생리대 '지혜'다.

사실 생리대는 플라스틱과 비닐 등 석유화학 소재로 만들어져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로 발생되는 쓰레기는 연간 약 458만톤에 이를 정도다. 어디 생리대뿐이랴. 유아들이 사용하는 기저귀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편하자고 만든 생리대가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가 돼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연 대표는 "다양한 신소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되고 있고,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까지 실현되고 있는 시대인데 아직도 생리대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면서 "물에 풀어지는 생리대 '지혜'는 친환경과 편리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생리대의 고정관념을 깨고 친환경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물에 풀리면서 생리혈 어떻게 막았나?

어라운드바디의 생리대 '지혜'는 종이를 만드는 펄프를 주소재로 하고 있다. 펄프가 물에 잘 분해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런데 물에 잘 풀어지면서 생리혈을 막아줘야 한다는 것이 난제였다.

김 대표는 "창과 방패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제지공학과, 관련 연구소를 안돌아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강원대학교 제지연구팀과 함께 연구하면서 '기름'을 이용해 생리혈을 막는 방법을 찾아냈다.

펄프에 기름을 섞은 특수소재로 방수층을 만드는 것이다. 생리대는 펄프를 물에 풀어 반죽한 다음에 이를 고온과 고압에서 압착시켜 건조시킨다. 이 반죽에 천연기름을 섞어서 만들면 방수층을 형성하는 특수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펄프 사이사이에 기름이 먹어들어 방수가 된다.

김 대표는 "이게 원리 자체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라며 "펄프에 기름을 섞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균질하지 않으면 실패하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엄브랠론이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은 우리 회사만 가지고 있는 특허기술"이라고 자랑했다.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현재로서는 펄프가 최선"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실제 분해되려면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사용 후 바로 처리해야 하는 생리대에 이를 적용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정화시스템은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장하는 구조"라며 "이 구조에서 환경에 가장 부담을 덜 주는 것이 펄프"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변기에 버려진 오물은 1차 정화조로 들어간다. 이 정화조에서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물과 가벼운 쓰레기는 위에 뜬다. 이후 2차 정화조에서 비닐과 물티슈, 음식물 쓰레기 등 물에 뜨는 폐기물을 수거해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운반한다. 나머지 오물들은 정화조 바닥에 가라앉혀 세균에 의해 분해되도록 한다. 세균분해된 정화조 오물은 다시 정화시켜 바다로 흘려보낸다. 펄프는 물에 풀어지기 때문에 오물과 함께 가라앉는다. 이후 세균에 의해 분해되므로, 소각되거나 매립되지 않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생리용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면생리대와 생리컵처럼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김 대표는 "이 제품들도 훌륭하지만 단점이 있다"면서 "면생리대는 세탁 부담이 크고 생리컵은 공중화장실에서 쉽게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버릴 수 있는 편리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은 면생리대나 생리컵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는 "생리대를 찢어서 변기에 버려주면 된다"면서 "다만 수압이 너무 낮은 곳은 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생리대를 물에 담군 다음 찢어봤더니 이내 풀어졌다.

◇ "여성건강 위해 생리대 접착제도 최소화"

어라운드바디가 생리대 주소재로 펄프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편의성과 안전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존 생리대의 접착제와 플라스틱 성분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우리 생리대는 접착제 사용을 최소화해 여성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이른바 '생리대 파동'이 터져나온 적도 있다. 평소 일회용 생리대를 자주 쓰는 A씨는 "생리가 끝나면 염증이 생긴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발암물질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전혀 없다"면서 "우리 생리대는 SGS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딱 잘라말했다. SGS 인증제품은 인체에 해를 끼치는 화학물질이 없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어라운드바디가 사용한 원천기술이 발암물질인 비스페놀A를 활용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원천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일절 들어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직접 자사 생리대와 타사 제품을 찢어 내부구조를 보여줬다. 실제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생리대는 접착제가 겹겹이 발려있었다. 반면 이 회사의 생리대는 속옷과 부착되는 부분에만 소량의 접착제가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 생리대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김 대표는 "사실 그 부분이 이 제품의 옥의 티"라며 "하지만 실제로 착용하고 돌아다녔을 때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장담했다.

창업초기 투자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없었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제품론칭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남성이다보니 생리대에 관심이 없더라"라며 "생리대를 한번도 안써본 남자들을 상대로 이 새로운 생리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웃었다.

앞으로 포부도 크다. 그는 "편의성을 강조한 플랙셔블 라인업과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춘 에코 라인업으로 사업을 세분화할 계획"이라며 "생리혈을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생리대도 연구중"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이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처럼 우리도 생리대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리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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