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법정화폐로 채택...90일 후 발효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0 11:42:48
  • -
  • +
  • 인쇄
'금융문맹' 70% 비트코인으로 '재정적 포용'
불확실성 키워 국제금융공조에 악영향 우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세계 처음으로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가 됐다.

9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의회는 비트코인을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총 의석수 84석인 엘살바도르 의회에서 찬성표 62표를 받아 '압도적 다수'의 득표로 승인됐다.

법안은 90일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제품 구매 및 서비스 결제시 가격표에 비트코인 가격이 병기되고,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을 주고 받을 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사용은 엘살바도르 국민 개개인에게 강제되지 않는다. 기존 엘살바도르 법정통화로 쓰이던 미국 달러는 계속해서 법정통화 지위를 유지한다. 엘살바도르개발은행(BANDESAL)이 관리하는 수탁기관에 1억5000만달러를 비축해 미국 달러와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보장한다. 비트코인과 미국 달러 간 환전 환율은 법안이 명시한대로 "시장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는 해외송금에 크게 의존한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해 기준 엘살바도르로 보내진 해외송금액은 60억달러 규모로, 이는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은 송금 수수료가 저렴하고 거래시간 지연도 적다.

또한 엘살바도르 인구의 70%가 정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공식 부문에서 경제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은행과 같은 전통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도입은 이들에게 금융제도로의 접근성을 단계적으로 높여줄 전망이다. 법안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은 기업과 국민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보급을 위해 교육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에 재정적 포용성, 투자, 관광, 혁신, 그리고 경제발전을 가져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반면 우려를 표하는 재정당국자들도 적지않다.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악용해 자금세탁을 하거나 불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엘살바도르가 10억달러 구제금융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진행중인 협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암허스트 피어폰트의 중남미 고정수입전략 대표 시오반 모르덴은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이 "IMF와의 세부적인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지연시킬 수 있다"며 최근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관련 트윗에 대해 "충동적인 발표는 잘 짜여진 경제계획을 위한 공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 채권은 7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를 기록해 중미 국가 가운데 가장 불안정한 지수를 기록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급진적인 행보도 투자위험을 높이는 데 일조해 이를 '부켈레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부를 정도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은 법안통과 당일 3만1428달러까지 하락했고, 비트코인 법안승인 이후 10일 오전 9시 기준 3만7453달러로 20%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보이스피싱 183건 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세심한 관찰 덕분"

KB은행의 한 지점을 찾은 고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소액권으로 다시 발행해달라고 요청하자, 은행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자금출처와 발행인 정보를 물

빙그레, 임직원 대상 '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 실시

빙그레가 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캠페인을 실시했다.빙그레는 14일 '국제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이번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LG전자 인도법인 '인도증시' 상장..."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 다짐

LG전자 인도법인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LG전자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조주완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호주 열대우림, 탄소흡수원에서 '배출원' 됐다

기후가 점점 더 고온건조해지면서 탄소 흡수원인 열대우림이 역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연구진은 호주 퀸

CO₂ 농도 사상 최고치…WMO “기후시스템, 위험단계로 다가서고 있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후시스템이 위험단계로 다가서고 있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했다.15일(현지시간) AP통

200개 마을이 고립됐다...멕시코 몇일째 폭우로 피해 속출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 멕시코 중부와 동부 지역을 강타하며 최소 66명이 숨지고 75명이 실종됐다.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중

기후변화에 英 보험시장도 '지각변동'..."주택 수백만채 버려질 것"

기후변화로 홍수가 잦아지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의 주택보험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보험업계 분석을 인용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