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에 억지설정까지...'조선구마사' 결국 2회만에 폐지

김연수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2:11:34
  • -
  • +
  • 인쇄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결국 방송 2회 만에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방영 2회만에 폐지된 것도 이례적이고, 역사 왜곡 논란으로 드라마가 초단기에 폐지된 사례도 처음이다.

'조선구마사'는 사실 방영전부터 시끄러웠다. 시놉시스가 공개된 이후 조선이 로마 교황청의 도움으로 국가를 건국했다는 기본 설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방영 후에는 극의 스토리와 설정, 중국풍 소품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2일 방송된 1회에서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서양 구마 사제(달시 파켓) 측에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 등 중국 소품을 사용하고, 무녀 무화(정혜성)가 중국풍 의상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SBS 측은 중국풍 소품을 사용한 것에 대해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진=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방송 캡처


또 박 작가가 전작 tvN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겪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의 반감을 더욱 커졌다. '철인왕후'는 방영 전부터 중국 드라마인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라고 하는 대사 등으로 문제가 됐다.

여기에 박 작가가 한중합작 민간기업인 쟈핑픽처스와 계약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됐다. 중국 진출을 위해 동북공정 및 역사 왜곡을 일삼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고, 박 작가나 그의 집안이 조선족과 관련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쟈핑픽처스는 전날 "박 작가와는 향후 기획하고 있는 현대극에 대한 집필만을 단건으로 계약한 것"이라며 "제작, 투자 등에 대한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박 작가와의 집필 계약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드라마의 폐지를 부른 건 중국향 장면과 설정이지만, 짚어보면 이 작품의 더 큰 문제는 역사 왜곡 소지에 있었다.

'조선구마사'가 방영 이전 공개한 시놉시스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당시 서역의 구마사와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의 도움을 받았다는 설정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가톨릭 사제가 들어오기가 어려웠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적에 이어 국가의 건국 과정 자체를 왜곡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박계옥 작가는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이는 여러 시놉시스 중 하나였다고 밝혔으며, 제작사는 이방원이 북방 순찰을 하던 중 마주친 악령을 봉인했다는 설정이 최종 시놉시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 후에도 태종(감우성 분)과 양녕대군(박성훈), 충녕대군에 대한 묘사도 실제 역사를 제대로 고증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SBS는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폐지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기후/환경

+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