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이슈] 1조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의 전모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1 16: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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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매출채권 투자한다 속이고 펀드자금 엉뚱한 곳에 투자해
수탁은행, 금감원 제역할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1조원대가 넘는 투자금이 유입됐지만 이 가운데 건질 돈이 고작 4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은 '옵티머스 펀드'. 59곳에 이르는 상장사들과 수천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은 작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돈을 날리게 생겼다. 

이 사건은 명백한 '금융사기'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피해자들을 '사기사건'에서 구제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기사건이 성립하려면 펀드 판매자들이 사기를 인지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이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어떻게 깐깐하다는 금융감시망을 뚫고 수년동안 버젓이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을까. 사건의 전모를 정리해봤다. 




◇ 처음부터 작정한 '금융사기' 사건


옵티머스 펀드'가 터진 시기는 올 6월 17일이다. 당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옵티머스 크리에이터펀드 25호 26호' 만기를 하루 앞두고 환매를 못하겠다고 판매사에 통보하면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곳은 NH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개에 이르지만, NH투자증권이 전체 펀드금의 84%에 이르는 4327억원을 팔았다. 계좌수로 따지면 NH 비중이 90%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NH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NH는 매출채권을 다른 곳에 사용해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사건은 이미 터진 뒤였다. 옵티머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금감원은 올 6월17일~7월10일까지 현장검사를 진행한뒤 6월30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영업정지, 임원직무집행정지 등의 긴급조치를 명령했다. 또 라임펀드를 실사했던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곧바로 실사에 나섰다.

그러나 금감원이 실사를 결정할 당시 이미 옵티머스 펀드에는 환수할 자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유는 라임 사태와 달리 옵티머스 사태는 처음으로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고 만든 사기 펀드이기 때문에 실사를 하더라도 자금흐름을 추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3일 실사 중간결과에서도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신용등급이 없는 비상장회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매입에 집중 투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비상장회사들은 대표가 모두 동일인으로, 처음으로 펀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작정하고 설립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 옵티머스 펀드의 교묘한 사기수법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손쉽게 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였기 때문이다. 즉 공공기관이 발주한 매출채권을 가지고 있는 건설사에 해당 매출채권을 담보로 해서 자금을 빌려주는 식이다. 매출채권은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을 말한다.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안정적인 펀드라는 점을 내세워 위험부담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옵티머스크리에이터 펀드'는 편입자산의 85% 이상을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삼았다. 6개월 만기 사모펀드다보니, 자금을 일시적으로 수익실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문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모은 돈을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실사한 결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펀드 자금으로 대부디케이에이엠씨와 아트리파라다이스, 씨피엔에스, 라피크 등에서 발행한 사모사채를 사들였다.

이 회사들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대주주와 이사 등이 대표와 감사를 맡고 있는 관계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펀드를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회사들은 사모사채를 발행하면서 확보한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과 비상장 주식, 상장주식 등에 투자했다.

한마디로 투자자들에게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그 돈으로 자신들이 대표 혹은 임원으로 있는 회사에 투자해 자금을 빼돌리거나 횡령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정관계 로비를 암시하는 내용들이 대거 담겨있어 야당에서는 '권력형 게이트'라고 주장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 2017년 '적기시정조치' 받은 펀드였는데...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 2009년 6월 이혁진씨가 설립한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이 전신이다. 이 회사는 2017년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고, 김재현 대표가 취임했다. 사실 이때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17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당국이 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기관에 경영개선조치를 명령하는 것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치명적인 조치였다. 당시 사모펀드는 규제가 완화돼 적기 시정조치 대상이 안됐지만 옵티머스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상이 됐다. 당시 옵티머스는 자기자본이 최소영업자본 15억4000만원을 크게 밑도는 5억원대에 그쳐, 경영개선 대상이 됐지만 금융위는 반년가량 유예해줬다.

당시 옵티머스는 '적기시정조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로비활동을 했다는 정황이 '펀드 하자 치유' 문건과 자문단 녹취록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옵티머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나라은행 전 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장 등을 자문단으로 뒀다.

옵티머스는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2017년 한국전파진흥원으로부터 7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자금 덕분에 옵티머스는 자기자본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적기시정조치'를 벗어나게 된다. 위기를 넘긴 옵티머스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옵티머스가 2017년부터 환매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인 2020년 5월까지 조성한 펀드금액은 1조5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017년을 시작으로 무려 13차례에 걸쳐 총 166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다보니 농어촌공사, 마사회, 도로공사 등 건실한 공기업들이 줄줄이 이 펀드에 자금을 갖다바치는 꼴이 됐다. 전파진흥원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59개 상장사가 옵티머스에 돈을 줬다가 떼일 판이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3000여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도 원금을 고스란히 떼이게 생겼다.





◇ 은행도 증권사도 모두 속았다?


옵티머스 펀드가 1조원이 넘는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긁어모을 수 있었던 데는 조력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펀드에 75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죽을 위기에 놓은 펀드를 소생시켰다. 자금흐름을 면밀하게 관리해야 할 수탁은행은 매출채권이 허위인지도 모르고 옵티머스가 요구하는대로 그대로 입출금해줬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려면 수탁은행을 통해 자금을 거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처음에는 기업은행을 수탁은행으로 지정했다가 기업은행에서 서류를 요구하는 등 까다롭게 구니까 2019년 5월 수탁은행을 하나은행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를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도 도마위에 올랐다. 예탁결제원은 투자처의 자금을 확인하고 시장가치도 파악해서 펀드기준가를 확인한뒤 펀드를 등록해줘야 함에도 이런 과정 전혀없이 옵티머스가 요구하는대로 펀드기준가를 등록해줬던 것이다.수탁은행과 예탁결제원의 이같은 허술한 일처리로 결국 피해는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건과 연루된 은행과 증권사 등 관련자들에 대해 중징계하기로 했다. 검찰도 현재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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