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6 11:24:28
  • -
  • +
  • 인쇄
(사진=연합뉴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팡에 대해 제재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이 미국의 정계를 움직여 여론몰이를 하는 것에 대해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대통령실 주재 관계부처 장관회의까지 소집됐다. 

쿠팡은 지난 25일 오후 3시30분께 보도자료를 내고 "디지털 지문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는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출자는 재직 중 취득한 내부 보안키를 탈취해 이메일·주소·전화번호 등 3300만 고객 개인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고객정보만 PC와 노트북PC에 저장했다"며 "결제정보, 로그인 관련정보, 개인통관번호 등에는 접근하지 않았고, 유출자가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으며 고객정보 중 제3자에게 전송된 데이터는 일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이같은 발표에 정부는 어이없어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지난 21일 쿠팡에서 피의자가 작성했다는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됐다는 노트북PC 등 증거물을 임의제출 받아,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쿠팡 주장이 사실인지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3400만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진술서까지 만들어 수사당국에 제출한 '셀프조사'에 대해 '수사방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 핵심 용의자의 진술서까지 받은 상황에서 용의자 신병을 경찰에 인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술의 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자체 수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쿠팡은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보를 유출한 직원과 접촉하게 된 경위와 현재 소재지, 해당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일체 밝히지 않았다. 회사 쪽에 유리한 내용만 사실로 전제하고 외부로 공표한 것이다. 쿠팡이 확보했다는 노트북PC 등 범행 도구를 어떻게 포렌식했고 외부 전송이 없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쿠팡은 "외부업체를 통해 수차례 검증을 거쳐 유출범 진술과 조사내용이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고객 불안감을 덜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결과를 공표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17일 용의자 진술서를 비롯한 모든 조사내용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영역을 침해하는 행위여서 쿠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자체조사로 일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의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한지 6시간만에 대통령실이 직접 움직였다. 대통령실은 성탄절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급 인사들과 경찰청 관계자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쿠팡의 이같은 행태는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 언론에서 쿠팡을 압박하는 한국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일제히 쏟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기업인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미국 정·관계 인사와 미국 언론을 동원해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이 미국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통령실은 외교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물론, 해킹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간부들까지 회의에 참석해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끝난뒤 대통령실은 "엄중한 조사와 함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며 "향후 쿠팡 관련 범부처 TF를 배 부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쿠팡 개인정보 유출건은 소관부처를 넘어 범정부 차원의 '일벌백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KT '박윤영號' 출범...취임하자 곧바로 대규모 조직개편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박윤영 대표이사가 31일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박윤영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

6개월 월급, 6개월 실업급여..."이마트 직원급여, 사회에 떠넘겨"

이마트가 상시업무에 6개월 단기 계약을 대거 채용하고 6개월을 쉬게 한 다음에 다시 고용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이 쉬는

KGC인삼공사 회사명 'KGC'로 변경..."종합건강식품회사로 도약"

KGC인삼공사가 오는 4월 1일부터 'KGC'로 회사명을 변경한다고 31일 밝혔다.창립 127주년을 맞아 인삼과 홍삼을 넘어 글로벌 종합건강식품기업으로 도약하

네이버-두나무, 주식교환 3개월 연기…심사 지연에 규제 리스크까지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 관련 주주총회 및 거래 종결 일정이 3개월 뒤로 미뤄졌다.네이버는 기존 5

'소프트' 꼬리표 뗀 '엔씨'…"게임 넘어 AI·플랫폼으로 사업 확장"

엔씨소프트가 설립 29년만에 사명을 '엔씨(NC)'로 변경하고 인공지능(AI)과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올해 주력 지적

삼성전자, 용인에 나무 26만그루 심는다...정부와 자연복원활동

경기도 용인 경안천 일대에 2030년까지 약 26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삼성전자, 산림청, 한국환경보전원은 27일 경기 용인시 경안

기후/환경

+

사막에 150mm 폭풍우...전쟁에 이상기후까지 덮친 중동지역

사막 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일대에 최대 150mm 이상의 극한폭우가 쏟아지는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나타났다. 연간 강수량을 훨씬

AI로 '초미세먼지' 관측 정확도 높였다...구름낀 지역도 측정가능

위성이 촬영한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초미세먼지(PM 2.5)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

[기후테크]"시멘트 1톤 만들면 탄소 1톤"…수소로 해법 찾았다

"시멘트를 만들면 똑같은 양의 탄소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걸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된 적이 없어요."기후테크 스타트업 '트라이매스'는 시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북극..."녹는 속도 예상보다 빨라"

북극 얼음이 예상보다도 빠르게 줄면서 관측 이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겨울철 최대치조차 과거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관측이다.27일(현지시간)

[이번주 날씨] '반가운 봄비'...비온뒤 낮기온 20℃ 안팎

가뭄을 다소 해소시켜줄 반가운 봄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기간 대기질이 개선되겠지만, 이후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겠다. 또 강수 직후 건조한

[주말날씨] 일교차 크지만 낮 20℃...건조한 바람 '불조심'

이번 주말은 20℃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며 전국이 대체로 맑고 따뜻하지만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 산불 위험도 높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안개와 약한 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