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가 8월에 역대 최대의 월별 수출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된 1일 중국과 미국발 악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8월 국산 반도체 수출액은 151억달러(약 21조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01% 떨어진 6만7600원에 장을 마감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4.83% 하락한 25만60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실적으로 주가가 힘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 되레 하락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법인의 '검증된 최종사용자'(Validated End User, VEU) 지위를 내년부터 철회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2년 10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와 기술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하지만 미국은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VEU로 지정하며, 이 두 기업이 중국 반도체 공장에서 필요한 미국산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조치를 철회한 것이다.
3년만에 VEU 자격이 취소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중국 공장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과 충칭에 패키지공장을,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 BIS는 "기존 공장의 운영용 장비 반입은 허가하겠지만 증설이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는 승인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막겠다는 것이다. 두 기업에 주어진 유예기간은 120일로, VEU 철회는 올해 12월 31일부터 적용된다.
두 기업은 물론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반도체 공장은 정기적인 장비 교체와 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행정절차가 추가되고 승인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주로 범용 반도체를 생산 중이고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겠지만 행정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정지연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BIS는 연간 1000여건의 승인신청이 접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노 단위 경쟁이 펼쳐지는 반도체 시장에서 '시간은 곧 돈'인데 장비 도입 지연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알리바바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제재가 확대되자 자체 칩 개발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외에 다른 중국 기술기업도 엔비디아의 H20 칩을 대체할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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