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배터리부터 전자담배까지...'패스트테크' 전자폐기물 주범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5 17: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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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에 이어 일명 '패스트테크'로 알려진 저가의 소형 전자제품들이 전세계 전자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고 있다.

패스트테크는 휴대용 선풍기(미니선풍기), 전동칫솔부터 휴대용 충전기와 LED 변기센서, 전자담배까지 사용이 간편하고 저렴한 전자제품들을 통칭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그만큼 빠르게 버려진다.

영국 비영리단체 '머티리얼 포커스'(Material Focus)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소형 전자기기가 1년에 11억4000만개 이상 팔리고 이의 약 절반에 달하는 5억8900만개가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초에 19개씩 버려지는 꼴이다.

휴대용 선풍기 시장규모는 2024년 기준 약 55억달러, 우리돈 7조원으로 추정된다. 전동칫솔 판매량도 중국과 북미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으며,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24년 340억달러에서 2032년 48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금연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7년 8000만갑, 2019년 3억8000만갑, 2023년 6억1000만갑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8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약 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들 제품에 전자기기에 필수인 광물들이 많이 쓰이는 데 비해, 수리 및 재활용이 어렵고 흔히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려진다는 점이다. 전자폐기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폐기물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패스트테크가 주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대부분에서 이런 패스트테크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쓰레기와 섞여 버려지기 때문에, 소형 전자기기 폐기량에 대한 통계도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스콧 버틀러 머티리얼 포커스 전무이사는 "패스트푸드도 있었고, 패스트 패션도 있었고, 이제 패스트테크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값싼 저품질 제품이 시장에 넘쳐나고 쉽게 버려지는 행태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영국인의 3분의1 이상이 패스트테크를 일회용품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버틀러 전무는 특히 더울 때 미니선풍기 구매량이 급증하고, 특정 시기나 행사를 위해 값싼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등의 '유행성 패스트테크'를 핵심으로 꼽았다. 작년 영국에서 약 710만개의 미니선풍기가 판매됐으며, 같은 기간 350만개 이상이 버려지거나 잊혀졌다.

버틀러 전무는 "패스트테크가 저렴할 수는 있지만 결코 일회용이 아니다"라며 "플러그, 배터리 또는 케이블이 있는 모든 것은 절대 쓰레기통에 넣어서는 안 된다. 유용한 금속으로 가득 차 있어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과학자이자 활동가인 로라 영은 패스트테크가 압도적 물량과 더불어 내장된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환경위협이 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많은 소형 장치 안에 전자부품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전자담배만 해도 배터리가 내장돼있는데, 내부를 볼 수 없으니 대부분 이를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버틀러 전무는 당장 시장에 나오는 패스트테크의 양을 줄이긴 힘들어도, 패스트테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물건은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판매되는 것"이라며 "무엇을 사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할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전자제품 및 재활용 수거처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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