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기상현상..."LA 산불은 '기후채찍질' 현상이 낳은 재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7 17:57:30
  • -
  • +
  • 인쇄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발생하는 '기후채찍질' 현상이 이번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불길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후채찍질 현상은 전세계에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수자원연구소는 기후채찍질 현상이 20세기 중반 이후 전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31~66%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후채찍질(Climate whiplash)은 매우 습하거나 건조한 상태가 빠르게 변동하는 현상으로, 가뭄과 홍수가 각각 발생할 때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르고 딱딱한 땅은 폭우를 흡수하기 어려워 홍수 피해를 증가시키고, 마른 땅이 갑자기 물에 젖으면 산사태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또 폭우 후 기온이 급증하면 독성 조류와 더불어 질병을 옮기는 모기나 쥐가 번성할 수 있다.

기후채찍질 현상은 대기가 따뜻해져 수증기 보유량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비가 올 때는 폭우가 더 많이, 건조할 때는 더 심한 가뭄이 발생한다. 폭우를 쏟아내고 건조해진 대기가 토양과 식물에서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효과를 스펀지가 물을 흡수한 다음 쥐었을 때 방출하는 것에 빗댔다. 온도가 상승할수록 이 대기 중 스펀지는 더 빠르게 커진다.

연구팀은 수백 건의 이전 연구를 평가해 기후채찍질 현상의 추세를 파악한 결과, LA 산불이 이 기후채찍질로 인한 재해라고 결론내렸다. 산불이 발생한 LA 카운티는 수년간 이어진 가뭄에 이어 겨울철 폭우·폭설이 내리면서 풀과 덤불이 풍성하게 자랐다. 이후 2024년 또다시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식물이 말라붙으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동아프리카, 파키스탄, 호주의 이상홍수와 유럽, 중국의 폭염도 대표적으로 기후채찍질의 영향을 받은 사례다. 가령 동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000만명이 식량부족을 겪었다. 직후 2023년 말에는 폭우가 내려 수천 헥타르의 농사를 망치고 2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생겼다.

연구팀은 특히 중부·북부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에서 기후채찍질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기후채찍질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인구밀집도가 높은 데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이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구기온이 3℃까지 오르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추세대로 가면 지구는 2.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팀은 "극도로 습한 상태와 건조한 상태를 빠르게 오가는 현상은 현재의 물과 홍수 관리 인프라뿐만 아니라 재난관리, 비상대응 및 공중보건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변화하는 기상현상의 양상을 재난계획 및 인프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리뷰스 어스 앤 인바이어런먼트'(Nature Reviews Earth and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기후/환경

+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알프스는 녹고 해변은 사라지고...관광산업 종말 오나?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80년 후 관광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지속가능한 교통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인 스테

[날씨] 내일까지 중서부 '세찬 비'...가뭄 겪는 강릉은 '찔끔'

25일 인천과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비는 중부지방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26일까지 이어지겠다. 서쪽과 중부지역은 매우 강하게 비가 내리겠지만 현재

3V 저전력으로 CO2 95% 포집 기술 '세계 최초' 개발

3볼트(V) 스마트폰 충전전압 수준의 저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