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기부 허용해달라"...식약처가 제동걸자 국민청원까지 등장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1 17:18:04
  • -
  • +
  • 인쇄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서 (사진=대한민국국회 웹사이트 캡처)

학교 급식의 잔반 기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이를 허용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지난 9일 올라온 이 청원에 21일 현재 2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 청원을 올린 이는 자신을 관악구에 거주하는 1인가구라고 소개하면서 "식약처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하면 되는 문제임에도 탁상행정으로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소극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청원서는 식약처가 학교와 관공서의 급식에서 손도 안댄 남은 잔식을 기부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집단급식소 미배식 음식을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 있느냐"고 식약처에 질의했고, 식약처는 이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에 경기도는 식약처의 방침을 도내 31개 기초지자체와 80개 푸드뱅크에 전달하며 잔식 기부를 중단시켰다.

식약처가 '위생상' 이유로 잔식 기부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집단급식소에서 조리한 음식은 3시간 이내에 섭취해야 하는데 조리 후 배식까지 2~3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잔식을 푸드뱅크로 이동시키고 이를 도시락으로 제공해서 섭취하기까지 7~8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음식이 변질돼 식중독 발생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식약처가 반대하는 이유다.

푸드뱅크는 기업 등에서 식자재를 기부받아 취약계층에게 나눠주는 보건복지부 사업이다. 경기도는 도내 7개 시군 40~50개 학교에서 발생하는 잔식을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잔식 기부가 끊기면서 푸드뱅크들은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던 도시락 지급을 중단해야 했다.

이에 경기도 복지사업과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식중독 위험성을 고려해 식약처의 의견에 따라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며 "식약처가 의견을 바꾸지 않는 이상 사업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기부의 수혜자이던 취약계층도 완제품 형태로 다른 물품들을 여럿 기부하고 있어 크게 타격이 없다면서도 "예전보다 기부되는 양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잔식 기부 시범사업을 시작한 서울시교육청은 기부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올해가 시범사업 첫 해이니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개선점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원서를 올린 이는 "연간 885만톤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8000억원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면서 "잔식을 기부하는 것은 음식물 처리비용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길이므로 제도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그냥 버려지는 음식이 누군가에겐 생명이자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며, 관계당국들이 협업을 통해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매출 9.5조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사고많은 건설업계 '초비상'

연매출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건설업계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기후

Z세대, 기업 ESG활동에 민감...67% "비싸도 ESG 실천기업 제품 구매"

Z세대는 개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닝아웃(가치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ESG 경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기후/환경

+

"탄소 저장해드립니다"…노르웨이 'CCS' 사업에 33억불 투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최근 북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에 33억달러(약 4조5800억원)를 투입했다. 석유개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르포]사과 5알에 1만6000원?...폭염·폭우에 과일·채솟값 '껑충'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치솟은 물가는 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트에서도 고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