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경량화' 추세...물리적 재활용에는 오히려 '독'?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2 15:03:17
  • -
  • +
  • 인쇄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해 페트(PET)병의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가 오히려 재활용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음료업계는 오는 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규제화를 앞두고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페트병 경량화를 적용하는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2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200ml와 300ml 페트병 무게를 10.5g에서 9.4g으로 약 10% 줄인데 이어, 13.1g이던 아이시스 500ml 제품의 무게도 다시한번 11.6g으로 줄였다. 첫 출시 당시 22g에서 47.3% 경량화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오늘의 차'를 비롯해 '레쓰비 그란데' 등 음료수 14종의 페트병 무게도 28g에서 24g으로 약 14% 줄인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생수병을 비롯해 품질과 안정성을 지키는 선에서 경량화된 음료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미 경량화된 제품의 무게도 더 줄여나갈 수 있도록 계속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도 올 4월에 '헛개수', '새싹보리' 등 음료 제품의 페트 무게를 10% 줄였고, 동아오츠카도 페트병 경량화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지난 3월 창립 45주년을 맞아 페트병 경량화를 선언한 바 있다"면서 "연내 페트용기를 경량화시킨 음료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페트병 경량화는 10년전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돼왔다. 2013년 11월 환경부는 삼다수, 풀무원,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동원F&B 등 6개 주요 생수업체들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줄이기 위한 '생수병 경량화 실천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연간 7030톤을 줄이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관련 음료업체들은 페트병 경량화를 꾸준히 추진해왔고,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경량화 품목을 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시행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하지만 페트병을 지나치게 경량화하면 물리적 재활용을 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게 파쇄시킨 페트병을 물에 담가 '비중선별'을 하는 과정에서 페트가 너무 가벼우면 물에 가라앉지 않고 뜨기 때문에 이물질로 간주돼 버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의 페트병 재활용업체 씨케이의 권두영 대표는 "최근 페트병들이 경량화 추세로 점차 얇아지고 있는데, 페트병이 얇아질수록 재활용 처리과정에서 다른 재질과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너무 가벼워서 물에 떠오른 페트 조각들은 다른 재질과 함께 걸러지게 돼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된다"고 말했다. 재활용되어야 할 페트가 폐기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가 있지만 음료업계는 경량화가 본질적으로 플라스틱 저감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라벨을 없애는 방식으로도 경량화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을 이물질을 걸려내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면서 "롯데칠성음료는 2010년부터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한 결과 지난 2023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0년과 비교해 8565톤 줄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경량화가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에 경량화지수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경량화가 페트병 재활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손실률이 유의미한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원천적으로 저감하는 '경량화'를 활성화하는 방침에 반대하는 재활용업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음료업체들에게 페트병 경량화를 권고하는 정책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만 경량화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 시장도 활성화할 필요성가 있다"며 "현재 재생원료 투입비중을 3%에서 10%로 늘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기후/환경

+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