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생물다양성' ESG 핵심이슈로 부상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4-05-20 08:00:02
  • -
  • +
  • 인쇄

최근들어 ESG 경영의 핵심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이슈를 꼽으라면 '생물다양성'이다. 생물다양성은 생명체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뜻한다. 생물학 이슈로 볼법한 생물다양성이 기업 경영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멸종 동식물이 크게 늘어나는 등 자연이 무너지고 있다. 둘째, 비상등이 켜진 자연에 경제와 기업이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국내총생산량(GDP)의 자연 의존도는 55%에 달한다. 셋째, 그 결과 생물다양성 손실이 기업과 금융기관에 중요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 글로벌 증권거래소 19곳의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자연자본 손실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PwC 조사결과 나타났다. 또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생물다양성을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만한 리스크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제도와 시장 측면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대응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제도적 움직임을 살펴보면,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GBF는 2030년까지 '30×30', 즉 육상과 해상의 각각 30%를 보전·관리한다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자연자본 공시 기준인 TNFD 최종안이 발표됐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공시 표준을 정하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리스크 및 기회를 공시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에 착수할 방침임을 밝혔다. 생물다양성 공시를 개선하라는 투자자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환경부 주도로 '자연자본 공시협의체'가 결성됐다. 생태우수지역을 현재 육상의 17.3%에서 30%로, 해상의 1.8%에서 30%로 각각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도 나왔다.

이같이 생물다양성 관련 제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관투자자의 63%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의 47%도 생물다양성을 ESG 상위 3개 이슈 중 하나로 보고 있는데 이 응답 비율은 2022년의 16%보다 대폭 상승한 것이다. 자연자본 공시(TNFD)에 대한 기업의 입장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TNFD가 지난해 여름에 실시한 조사 결과 36개국에 본사를 둔 239개 기업 가운데 70%가 2025년이나 더 이른 시기에 TNFD 공시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320개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르면 2024년, 늦어도 2025년까지 TFND 공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 자본시장에서는 S&P가 생물다양성 대표지수를 내놓았으며 생물다양성 펀드도 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다양성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일까? 제도와 시장 분위기가 성숙해가고 있는 글로벌 무대와 달리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2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생물다양성을 주요 ESG 현안으로 꼽은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WEF에서 TNFD 공시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도 4개에 그쳤다. 좀 더 큰 틀에서 보면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도 해외 기업은 이를 경영에 내재화해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세일즈포스는 자연을 이전보다 더 회복시키자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ie)를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나무를 심거나 동식물을 보호하는 식의 사회적 책임활동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 다음은 생물다양성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이제 ESG 경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대세(大勢)'가 돼가고 있다는 데 있다. 지속가능공시와 공급망에 대한 환경 및 인권 실사(CSDDD), 친환경 활동 여부를 구분하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그리고 ESG 등급 평가 항목에도 생물다양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자연자본 공시는 국제적인 규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생물다양성은 '적당하게' 하는 활동으로 우회해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ESG 경영의 중요 현안이 돼가고 있는 만큼 기업은 자연에 대한 의존도, 영향, 리스크, 기회를 정확하게 진단해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기회를 잘 활용해나가야 한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는 자연과 생물다양성 보호가 신규 사업, 효율적 자원 사용, 그리고 비용절감을 통해 매년 10조달러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SG의 다양한 이슈가 그렇듯 생물다양성도 잘 대응해나가면 기업에 '양약'(良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 최남수서정대 교수 nschoi@seojeong.ac.kr  다른기사보기
  • 현 서정대 교수/더이에스지연구원장/전 YTN 대표/ 전 MTN 대표

핫이슈

+

ESG

Video

+

ESG

+

빙그레, 임직원 대상 '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 실시

빙그레가 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캠페인을 실시했다.빙그레는 14일 '국제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아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이번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LG전자 인도법인 '인도증시' 상장..."인도 국민기업으로 도약" 다짐

LG전자 인도법인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LG전자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조주완 CEO,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국가온실가스 60% 차지하는데...기업 배출량 5년새 고작 14.7% 감축

최근 5년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기

[최남수의 ESG풍향계] 협력사 ESG 관리 못해서 망한 대기업들

국내의 한 글로벌 기업은 지난 2023년에 협력업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이 회사의 미국 내 공장과 거래하는 협력업체가 아동 노동착취 문제로 미 연방

기후/환경

+

전세계 합의가 '무색'...3년새 사라진 산림면적 2배 늘어나

지난해 전세계에서 사라진 숲의 면적이 8만1000㎢에 달했다. 3년전 전세계 100개국 정상이 합의한 이후 2배 늘었다.14일 발간된 '2025 산림선언평가(Forest Dec

흩어져 있던 정부 기후정보 '통합플랫폼'으로 구축된다

이달 23일부터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기후위기 정보가 '통합플랫폼'으로 일원화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

'아시아 녹색금융 평가' 中은 1위인데...한국은 13개국 중 8위

아시아 1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녹색금융 평가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위를 차지했다.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

내년부터 기업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16.4% 줄어든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이 현재보다 16.4% 줄어든다.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기후재난에 美보험시장 '흔들'...캘리포니아주, 민간 떠나자 공영보험 도입

산불과 홍수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정부가 기후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공영보험을 내놨다. 무너진 민간보험 시장을 정부가

[날씨] 가을 건너뛰고 겨울?...비그치면 기온 5℃까지 '뚝'

장마같은 가을비가 기온도 큰폭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비가 내리면서 매일 하강하는 기온은 갑자기 찬바람이 불면서 주말아침 5℃까지 훅 내려간다.14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