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머무는 시간 길어지는 북극곰...몸무게 점점 줄었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4 12:38:29
  • -
  • +
  • 인쇄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얼지 않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해빙을 타고 먹이를 사냥하던 북극곰들이 아사 직전에 놓여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앤서니 파가노 박사연구팀은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곰 20마리를 추적관찰한 결과, 해빙 감소로 이들이 사냥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20마리 가운데 19마리가 몸무게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북극곰은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굶주릴 위험이 높아진다. 북극곰은 겨울에 해빙을 이용해 주요 먹이인 바다표범을 사냥하고 해빙이 사라지는 따뜻한 계절에 동면하는 생애주기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북극의 일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2~4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곰이 사냥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들은 비디오 카메라가 달린 위성항법추적(GPS) 목걸이 사용해 허드슨만에서 3년에 걸쳐 북극곰을 1년에 3주동안 추적했다. 연구진은 "허드슨만은 1979년에 비해 2015년은 얼음이 없는 기간이 3주나 늘어났다"고 장소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의 북극곰들은 1년에 평균 약 130일을 육지에 머물렀다.

연구진들은 "곰들 중 절반은 휴식을 취하고 총 에너지 소비를 동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였지만 나머지는 계속 활동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곰들이 풀, 열매, 갈매기, 설치류, 바다표범 사체 등 다양한 먹이를 섭취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곰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175km를 헤엄치기도 했다. 

연구의 수석저자이자 지질조사국 소속 생물학자인 앤서니 파가노(Anthony Pagano) 박사는 "해빙이 없어도 북극곰은 여전히 먹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면서 "북극곰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의욕만 있다면 생존을 위해 에너지 수요를 보충할 수 있는 식량 자원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지에서 사냥한 먹이감으로는 북극곰이 필요한 열량을 채우기 역부족이었다. 바다표범만큼 열량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북극곰이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굶주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멜라니 랭커스터(Melanie Lancaster)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 북극종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함과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야생에 남아있는 2만5000마리의 북극곰은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파가노 박사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억제돼야 북극곰 개체수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화이트먼(John Whiteman) 폴라 베어스 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 수석연구 과학자는 "얼음이 없는 기간에 북극곰의 에너지 소비를 직접 측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며 "얼음이 사라지면 북극곰도 사라지며, 얼음 손실을 막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3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