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꽁꽁 숨겼던 '간접배출량'...HSBC가 포문 연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4 19:26:48
  • -
  • +
  • 인쇄
화석연료 관계기업 주식과 채권까지 포함
PCAF 기준에 따라 간접배출량 공개할 듯

HSBC가 그동안 금융권이 꽁꽁 숨겨왔던 간접 배출량의 포문을 열고 있다.

유럽 최대 금융기업인 영국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앞으로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외 탄소배출(off-balance sheet emissions)을 공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부외 탄소배출'은 자사 재무제표에 기입되지 않은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준으로 자사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법은 은행이 기업들의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주관하면서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후활동가들은 금융권을 향해 간접 배출량을 숨기지 말고 공개하라고 촉구해 왔다.

HSBC가 간접 배출량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간 기후활동가들의 촉구에 화답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후금융 전문가들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외 탄소배출은 지금껏 금융권의 기후사각지대로 여겨온 영역"이라며 "HSBC는 앞으로 화석연료 기업과 관계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에도 배출량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HSBC는 지난 2022년에 일회성으로 간접배출량을 발표한 바 있는데, 당시 배출량은 2950만톤이었다.

기후채권 싱크탱크인 인류세 채권연구소(Anthropocene Fixed Income Institute, AFII)에 따르면, 그동안 HSBC는 화석연료 거래에 비해 친환경 거래 비율을 상대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직접자금 조달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에서 연료를 운송·판매하는 기업에 은밀하게 자금을 조달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HSBC는 가스운송기업인 그린사이프 파이프라인 비드코(Greensaif Pipelines Bidco)에 3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의 가스 파이프라인의 49%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HSBC는 이탈리아 화석연료 대기업인 에니(Eni)에 33억달러의 리볼빙 대출을 제공했다. 

하지만 HSBC는 앞으로 이런 간접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셀린 허바이저(Celine Herweijer) HSBC 최고지속가능성 이사는 "은행 배출량은 직접 대출에 비해 간접 자본 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더 많다"며 "장부상으로는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간접 조달은 해당 기업 변호사가 거래에 관여하거나 주요 회계법인 중 하나가 참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실제로 은행들이 직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NatWest)과 JP모건(JPMorgan)도 이미 간접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지만 HSBC처럼 석유 및 가스 부문의 탄소배출에서 대출 및 간접 자본 시장 활동까지 포함하진 않고 있다.

다만 HSBC는 모든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을 전망이다. HSBC는 "PCAF 기준에 따라 간접 배출량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PCAF 기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거래 기업과 관련된 배출량의 최소 3분의 1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HSBC도 PCAF 최저 한도 이내에서 배출량을 공개할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다. PCAF는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등 주요 은행이 주축이 된 지속가능 금융연합이다.

한편 HSBC는 "금세기말까지 청정에너지 및 기타 녹색거래에서 최대 1조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