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초래한 식량위기...나이지리아 유혈사태 '도화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7 16: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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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단체 공격으로 주말새 160여명 사망
목초지·식수 등 식량갈등 기후위기로 격화
▲26일(현지시간) 무장단체의 공격을 피해 거주지를 떠나고 있는 나이지리아 피란민들 (사진=연합뉴스/AP)


나이지리아 중부지방에서 무장단체가 민간인을 공격해 최소 157명이 숨지면서 '기후위기'가 민족·종교갈등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25일 나이지리아 중부 플라토주에서 무장단체가 20여개 마을을 연쇄적으로 습격해 최소 157명이 사망했고 3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같은 지역에서 주민간 무장충돌로 100여명이 숨진 이래 최악의 유혈사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유목민과 농민 부족간 민족·종교 갈등으로 수년째 무력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플래토주는 중부에 있는 고원지대로, 이슬람교 신자가 대부분인 북부와 기독교도가 대부분인 남부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미들벨트'(middle belt)로도 불린다.

미들벨트에서는 종교와 인종, 정치적 문제로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북부 무슬림 유목민 부족인 풀라니족으로 구성된 '풀라니 민병대'가 남부 기독교 농민들을 습격해 약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09~2021년 풀라니 민병대에 의해 살해당한 민간인 수만 1만9000명에 달한다.

이번 무장단체의 공격주체나 습격경위는 조사중이지만, 나이지리아 당국은 지난 5월 벌어졌던 폭력사태와 마찬가지로 풀라니족의 사주로 벌어진 일이라는 추정이다.

미들벨트에서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위기와 인구증가가 맞물리면서 나이지리아에 식량위기가 찾아왔고, 목초지, 식수원, 농경지 등 한정된 천연자원을 차지해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경쟁으로 갈등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는 홍수와 가뭄 등 극한기후로 고통받고 있다. 건조한 북부 사헬지대가 빠르게 세력을 넓히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홍수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농작물이 지속적으로 수해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전례없는 홍수로 500명이 사망하고, 14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데다 수천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게다가 지난 30년간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2배 증가해 세계 6위의 인구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부쩍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화가 한창이고,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농경지도 급속도로 확산세다.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 목초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40%가량이 사라졌다.

결국 목초지는 줄어들고, 농경지가 늘어도 극단적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함께 늘어나면서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생명이나 생계가 즉각 위협받는 '극심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인구는 지난해보다 830만명 늘어난 2530만명에 달한다. 나이지리아의 식량안보지수는 107위로 전년대비 10계단을 물러났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이재민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면서 많은 농민들이 농지를 버리고 떠나게 만들고 있다며 식량위기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당국이 제대로된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앰네스티는 "나이지리아 당국이 중부 고원지대 농촌에 대한 빈번한 습격을 종식시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매번 규탄에 그치지 말고 조사에 철저히 임해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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