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의 '두 얼굴'...탄소중립 선언해놓고 화석연료에 투자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6 13:58:08
  • -
  • +
  • 인쇄
(출처=액션에이드 홈페이지)

'탄소중립'을 외쳤던 세계 주요 은행들이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산업에 수조달러씩 쏟아붓고 있다.

최근 반-빈곤 국제단체 액션에이드(ActionAid)가 국제무역 컨설팅회사 프로푼도(Profundo)와 공동작성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2022년까지 세계 주요 은행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약 3조2000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사업에 투입됐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은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기후행동계획을 수립할 자원이 부족하다"며 "따라서 개발도상국은 탈탄소화와 온난화 대응을 위해 수조달러의 원조가 필요한데 금융회사들은 이런 국가들이 반대 방향으로 나가도록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게 화석연료를 탐사하고 채굴하도록 자금을 지원한 곳은 중국공상은행을 비롯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등이다. 이 주요 은행들은 아람코(Aramco)와 엑손(Exxon)같은 글로벌 거대 석유기업들을 통해 자금을 제공했다.

이 은행들은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대규모 산업화 농업에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HSBC은행과 미국 은행들은 ADM, 카길(Cargill), 켐차이나(ChemChina) 등 거대 농업기업에 최소 3700억달러를 대출해주거나 보증해줬다.

문제는 이들이 자금을 지워한 산업화 농업은 환경오염의 온산이라는 점이다.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오염, 축산으로 인한 메탄 배출, 녹지 개간 등 수많은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다. 산업 농업은 두번째로 지구온난화에 기여한다. 액션에이드 기후정의 담당 테레사 앤더슨(Teresa Anderson) 이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한 금융권의 그린워싱을 잘 보여준다"며 "은행들은 종종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지만, 화석연료와 산업 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조달 규모는 놀라울 정도다"고 비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은행들은 앞다퉈 기후공약을 발표했다. 시티은행은 지난해 에너지금융에 대한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2025년까지 농업 대출에 대해서도 비슷한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HSBC은행도 지난해 12월에 에너지 금융정책을 갱신했다.

당시 지나 바틀렛(Gina Bartlett) HSBC은행 대변인은 "이번 에너지 정책은 HSBC가 더이상 새로운 유전 및 가스전 또는 환경적으로 중요한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위해 새로운 금융 또는 자문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며 "HSBC는 산림 벌채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나아가 산림 벌채에 관련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발표했던 기후공약들은 모두가 공수표였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들통났다.

게다가 선진국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원조한 금액보다 이 은행들이 투자한 금액이 훨씬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실제로 2016년~2022년까지 세계 주요 은행들은 화석연료와 산업 농업에 연평균 5130억달러씩 투자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매년 평균 222억5000만달러씩 개발도상국에 원조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선진국들이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한 금액은 턱없이 작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녹색투자 연구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론 스톡맨(Lorne Stockman) 선임연구원은 "이 보고서는 아주 중요하다"며 "많은 화석연료 프로젝트는 금융기관 지원없이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근본적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투자 및 개발에 대한 논의는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저탄소 재생농업, 빈곤국의 기후적응 계획에 대한 공공보조금 확대, 오염 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이기 위한 금융부문 규제강화'를 제시했다. 니란잘리 아메라싱헤(Niranjali Amerasinghe) 액션에이드 전무는 "은행들은 기후파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각국 정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 바사브 센(Basav Sen) 기후정책 이사는 "부유국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계산할 때 이러한 왜곡된 금융흐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기후/환경

+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美 트럼프 법무부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석유화학 대기업에 기후피해를 배상하게 하는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17일(현지시

강릉 가뭄 '한숨 돌렸다'...'단비' 덕분에 저수율 23.4%까지 회복

한때 11%까지 내려갔던 강릉의 저수율이 지난 수요일 내린 폭우 덕분에 18일 오전 6시 기준 23.4%까지 회복됐다. 아직도 평년 저수율 71.8%에 크게 못미치는

폭염 '조용한 살인자'...유럽과 호주, 온열질환 사망자 급증

북반구와 남반구 할 것 없이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폭염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3분의 2는 지구온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