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온실가스 '폐수처리장' 된 하늘...韓 기후 리더십 보여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0 10:18:59
  • -
  • +
  • 인쇄
기후 강연차 방한..."尹정부들어 전환동력 상실"
반기문 "기후대응없는 정치권 투표로 압박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좌)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리더십 양성 교육 행사에서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본인이 창립한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가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리더십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중 25% 달성을 4년 연장했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어 전 부통령에 따르면 전세계는 매 24시간마다 1억6200만톤의 온실가스를 하수구에 폐수 배출하듯이 하늘에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중에는 매일 히로시마급 원자폭탄 60만개를 터뜨렸을 때와 맞먹는 규모의 에너지량이 갇히면서 온난화를 급가속하고 있다.

한국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고어 전 부통령의 지적이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13번째로 많다. 전세계 40대 배출원 가운데 포스코 광양제철소(23위), 태안화력발전소(30위), 당진화력발전소(34위), 포스코 포항제철소(39위) 등 4곳이 한국에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온난화 속도로 한국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9℃ 상승했다. 지난 2018년 8월 1일 여름 폭염으로 사상 최고치인 41℃를 기록해 전국에서 48명이 숨졌고, 4526명이 온열질환을 앓았다.

기온상승은 수증기 증가로 이어져 태풍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이달에 태풍 카눈으로 1명이 숨졌고,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 3만7000명이 대피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10명이 사망했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풍 힌남노로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에서 1조9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되면 향후 25년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12.8% 감소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어 전 부통령은 "그럼에도 윤 정부들어 2030년 신규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30.2%에서 21.6%로 낮추면서 전환의 동력이 소실됐다"고 질타했다. 특히 2022~2030년 태양광 발전용량은 매년 3GW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7~2021년보다 12% 모자란 수치라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보다 3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2021년 한해 늘어난 전체 신규 발전용량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미국이 85%, 인도가 93%, 중국이 64%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55%를 기록해 전환속도가 현저히 뒤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특히 한국 정부는 2050년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전세계에서 2번째로 큰 석탄화력발전소인 태안화력발전소를 갖췄고, 설비용량 세계 7위의 한국에서는 정책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빠르면 연내 석탄화력 발전단가가 신재생에너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고어 전 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이 확보된 상태"라며 "결국 정책적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현대사회 혁신과 진보의 대명사인 한국이 기후 리더십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고어 전 부통령은 "세계 6대 배터리 제조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곳이 한국 기업이고, 이미 구형 또는 불량품 자동차 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4400톤씩 재활용하고 있다"며 "2022년 총 190억달러(약 24조원)을 에너지전환에 투자해 전세계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RE100에 참여 기업이 27곳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어 전 부통령과 나란히 단상에 배석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책 지도자, 경제 지도자, 시민사회 이 3가지의 파트너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경제계는 수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반면 정치권만 기후 밖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쏘아붙였던 때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힘쓰지 않으면 당신을 뽑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도 했다.

끝으로 반 전 총장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펄펄 끓고 있는 상황으로 이대로 가다간 약 6500만년 전 생명체가 대멸종했던 것처럼 인류의 70%도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구에 또다시 멸망이 올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지구와 스스로를 위해서 인류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스프링클러가 없었다...SPC 시화공장 화재로 또 '도마위'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무 설치대상이 아니었다. 옥내 설치된 소화전만으로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끄기는 역부족이었다.

"AI는 새로운 기후리스크...올해 글로벌 ESG경영의 화두"

AI 확산이 가져다주는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ESG 경영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중

현대제철 '탄소저감강판' 양산 돌입..."고로보다 탄소배출량 20% 저감"

현대제철이 기존 자사 고로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한 '탄소저감강판'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현대제철은 "그동안 축적한

LS 해외봉사단 '20주년'..."미래세대 위한 사회공헌 지속"

LS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인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이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각지의 초등학교에서 예체능 실습과 위생

[최남수의 EGS풍향계] ESG요소 강화하는 해외연기금들...우리는?

지난해 4월 국민연금연구원은 'ESG 투자에 관한 논쟁과 정책동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ESG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반(反)ESG 정책

양산시 '원동습지' KT 기상관측장비 설치...습지 생태연구 고도화

경상남도 양산시에 위치한 '원동습지'에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됐다.국립생태원과 KT는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습지에

기후/환경

+

열흘 넘게 내린 눈 3m 넘었다...폭설에 갇혀버린 日

일본 서북부 지역에 열흘 넘게 폭설이 내리면서 3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4일 일본 기상청·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빈발하는 기후재난에...작년 전세계 재난채권 시장규모 45% '껑충'

지난해 재난채권(재해채권) 시장규모가 역대급으로 늘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위험 이전 수요와 투자자의 분산 투자 욕구가 맞물

EU, 전세계 최초 '영구적 탄소제거' 인증기준 마련

유럽연합(EU)이 대기중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에 대해 인증기준을 전세계 처음으로 마련했다.EU집행위원회(European Com

'북극발 한파' 1월 한반도 기온 낮췄지만...해수 온도는 역대급

올 1월 하순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강력한 한파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 즉 제트기류가 느슨해진 결과로 발생했다. 그 결과 월 평균기

[날씨] 낮기온 12℃ '입춘매직'...미세먼지는 나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답게 날이 포근해졌다. 기온이 오르면서 강·호수·저수지 등의 얼음이 녹아 깨질 우려가 있으니 안전사고에 유

동남아 패션공장 입지 '흔들'...잦은 기후재난에 '배보다 배꼽'

폭염과 홍수 등 기후변화가 패션산업의 공급망 구조와 원가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2일(현지시간) 보그(Vogue)에 따르면, 주요 의류 생산지역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