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잔불 못잡은 하와이...생지옥이 따로 없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4 12:26:49
  • -
  • +
  • 인쇄
산불과 하리케인 등 기후변화가 참사 키웠다
토양온도 100℃..."잔불 언제든 발화 가능성"
▲미국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새까맣게 탄 마우이섬 라하이나 도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가 100년만에 최악의 산불 참사를 겪으며 생지옥으로 변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희생자는 93명이지만 실종자가 1000명이 넘는 상황이어서 희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은 여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2170에이커(8.78㎢)가 잿더미로 변했다. 화마에 불타거나 무너진 건물은 무려 2200여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부분 주거용 건물이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재산피해 규모가 60억달러(약 7조99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카운티 경찰국장은 "탐지견을 투입해 약 3% 정도 수색을 진행한 상태"라며 "아직 아무도 전체 피해규모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산불피해가 집중됐던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에선 아직도 주민 수백명이 남아있다. 이들은 전기와 통신이 차단된 채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먹거리 등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상수도관도 산불로 오염돼 끊인 수돗물조차 음용하지 말 것을 당국은 권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라하이나 북쪽 나필리 공원에 설치된 임시배급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통조림과 생수, 기저귀, 기타 생필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물품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신속한 대응조치를 하지 않아 현지에선 정부를 향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일 발생한 산불은 아직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마우이섬은 지난 6월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심각한 가뭄 상태였다. 나무와 풀이 모두 바싹 말라있는 데다 오랫동안 물기를 머금지 못한 대지는 나무 뿌리가 있는 땅속까지 메마른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산불이 발생했을 때 풀과 나무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여기에 하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마우이섬에 강풍이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도록 부채질 역할을 했다. 불길은 땅속까지 파고들었다. CNN은 "현재 토양 온도가 82∼93℃까지 상승해 나무뿌리까지 불타고 있다"며 "잔불은 어디서든 튀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거주하는 기상학자인 제프 파월(Jeff Powell) 박사는 "하와이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고 허리케인 '도라'는 강한 바람을 몰고 왔다"며 "이 시기에 하와이는 북쪽의 고기압과 수백 마일 떨어진 도라와 관련된 저기압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압의 차이로 비정상적으로 강한 무역풍이 발생하면서 화염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마우이섬에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계속 나왔는데 당국이 이를 무시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민간기구 '하와이 산불관리 조직'은 지난 2014년 마우이 라하이나 지역의 산불 가능성을 예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또 2021년 발간된 마우이카운티 보고서에서도 불에 잘 타는 외래종 초목을 다른 종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8월에도 지금과 유사한 산불이 발생한 적도 있다. 당시 마우이에서 발생한 산불은 때마침 접근하는 허리케인 '레인'에 의해 불길이 커지면서 2000에이커(약 8㎢)의 산림이 불에 탔다. 2019년에도 마우이에 산불이 발생해 약 2만5000에이커(약 101㎢)의 사탕수수 재배지가 불탔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갑작스런 자연재해에 대비해 전 지역에 옥외 사이렌 경보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산불에서는 마우이섬 내에 있는 8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가 단 한 곳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가뭄과 하리케인 등의 기후변화가 겹쳐지면서 '지상낙원' 하와이는 '불타는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특히 기후변화는 기온을 상승시켜 화재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이에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같은 대형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들어 그리스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칼, 미국 등지에서 극심한 산불을 겪었다. 이에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 산림학부의 켈시 코프스-거비츠(Kelsey Copes-Gerbitz) 박사는 "이 지역들은 모두 올여름 극한 폭염을 겪은 곳"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