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와 벽면 통해 전기충전?...美 MIT '시멘트 배터리' 개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4 17:30:52
  • -
  • +
  • 인쇄
시멘트와 카본블랙 혼합해 거대축전지 개발
리튬보다 저렴해 재생에너지 신소재로 적합
▲시멘트에 저장된 전기가 흐르는 모습 (사진=MIT/PNAS)

시멘트와 탄소분말 '카본 블랙'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건물 벽면과 도로가 거대한 배터리 역할을 할 날이 머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목환경공학과 연구팀은 카본 블랙과 시멘트로 슈퍼커패시터(거대 축전지)를 개발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카본 블랙은 탄소계 화합물의 불완전 연소로 생산되는 물질로, 쉽게 말해 그을음이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흔한 소재다보니 가격대도 높지 않고 전도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연구팀은 이 소재들을 물과 결합해 대체배터리 슈퍼커패시터를 만들어 이를 건물이나 주차장 콘크리트에 적용하면 일상에서 전력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슈퍼커패시터를 도로에 적용하면 전기자동차가 그 위를 달릴 때 자동으로 전력을 공급해 충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커패시터'는 이온 전도성 전해질과 멤브레인으로 분리된 2개의 전기 전도성판으로 구성돼 있다. 커패시터에 전압이 가해지면 음전하판에 전해질의 양전하 이온이 축적되고 양전하 판에는 음전하 이온이 축적된다. 이것이 분리막 사이에 전기장을 생성해 커패시터를 충전시킨다.

축전기가 저장할 수 있는 전력량은 전도판의 총 표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전도판은 충전된 전력을 오랜 기간 유지하며 충전 및 방전 속도가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빠르다.

슈퍼커패시터는 전력 저장용량이 큰 커패시터로, 차세대 저비용 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서 안전성이 높고 에너지 저장 및 공급이 안정적이다. 태양광, 풍력 등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원의 사용을 용이하게 해 전기를 무한공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슈퍼커패시터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나 탄소복합재 등 소재를 활용할 방법을 연구중이지만, 시멘트는 전도성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전도성이 높은 탄소를 첨가한 건축용 슈퍼커패시터가 개발됐지만 가격이 비싸 대량생산이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연구팀은 전도성이 높은 카본블랙과 시멘트, 물을 혼합해 내부 전도성 물질의 표면적을 높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콘크리트 소재로 만들어진 두 전극은 절연층에 의해 분리돼 매우 강력한 슈퍼커패시터를 형성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굳힌 콘크리트를 두께 1mm 넓이 1cm의 작은 판으로 자른 후, 염화칼륨 전해질 막과 물을 추가해 샌드위치 구조를 만들고 밀봉했다. 여기에 3볼트짜리 발광다이오드(LED)를 연결해 불을 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45㎥ 크기의 카본블랙 콘크리트블록이 일일 가정 공급량인 10kWh(킬로와트시)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제조비용도 저렴하다.

또 활용처에 따라 혼합물을 조정해 충전·방전 속도 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도로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쓰려면 그만큼 충전·방전 속도가 빨라야 하지만, 가정에서는 충전시간이 매우 여유롭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식이다. 에너지 저장 외에도 전기 공급을 통해 난방에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상용화하려면 장치 크기를 키워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크기가 커질 경우 전기 전도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도성을 높이려 카본 블랙의 비율을 높이면 시멘트 강도가 약해지는 맹점도 있다. 연구팀은 장치 크기를 확장하는 방법을 찾으면 전력을 저렴하게 지속 공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를 이끈 프란츠 요제프 울름(Franz-Josef Ulm) MIT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슈퍼캐퍼시티는 재생에너지 전환 잠재력을 지닌 다기능 소재"라며 "어디에나 있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가격이 높고 공급이 제한적인 기존 리튬 배터리의 대안으로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