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완충역할 '남극저층수' 20% 이상 줄었다...원인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6 07:30:02
  • -
  • +
  • 인쇄

남극 바다의 저층수 온도는 상승하고 해류속도는 느려지면서 기후변화 및 심해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남극조사국(BAS)은 남극 반도 동쪽에 위치한 웨델 해의 저층수가 바람과 해빙의 변화로 인해 감소하고 있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남극 해저 수심 2000m 아래의 남극저층수(Antarctic bottom water;AABW)는 지구상에서 가장 차갑고 밀도·염도가 높은 물이다. 이 물은 열과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의 완충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심해에 산소를 공급하고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수 십 년에 걸쳐 수집된 선박 및 인공위성 데이터로 심층수의 부피 및 온도, 염도를 분석한 결과, 저층수의 양이 지난 30년동안 20% 이상 줄고 다른 해역보다 온난화 속도가 4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층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바람의 약화로 해빙 형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남극저층수는 남극 주변 일부 수역에서만 생산된다. 남극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빙붕에서 새로 형성된 해빙을 밀어내 '폴리냐'라고 불리는 탁트인 수역을 만든다.

이 폴리냐에서 다량의 차가운 소금물이 만들어져 남극 대륙의 경사면을 따라 해저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이렇게 해저에 도달한 저층수는 전세계 바다로 퍼지며 탄소를 저장한다. 폴리냐가 확대되면 해빙도 더 많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약해지면서 폴리냐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해빙 및 저층수 생산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새 해빙은 웨델해의 저층수를 만드는 데 필수다. 물이 얼면서 소금을 밖으로 밀어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물은 밀도가 높아지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알레산드로 실바노(Alessandro Silvano) 공동저자는 "웨델해에서 관측된 결과는 심해가 수세기에 걸쳐 변화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그 변화가 불과 수십 년만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해의 변화는 기후완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바노 저자에 따르면 저층수는 인간이 초래한 탄소오염을 심해로 옮겨 저장하는 전세계 해양순환의 핵심이다. 심층 순환이 약해지면 심해에 흡수되는 탄소의 양이 줄어 바다가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능력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바다는 1970년대 이후 전세계 잉여열의 90%, 인간이 생산한 탄소오염의 약 3분의1을 흡수해왔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현상은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의 결과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다만 기후변화 또한 남극 심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해빙이 녹으면서 바다 염도를 희석시키고 남극의 심해 순환을 늦추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심해수 순환이 붕괴돼 기후와 해양생물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우리금융, 글로벌 ESG 투자지수 'FTSE4Good' 편입

우리금융그룹이 글로벌 ESG 투자 지수인 'FTSE4Good'에 신규 편입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해 우리금융은 글로벌 투자자와 소통을 더욱 강

기후/환경

+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플라스틱 펠릿으로 뒤덮인 바다...침몰 선박에서 7만자루가 '와르르'

침몰된 선박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알갱이(펠릿)들이 해안가로 밀려오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라이베리아 국적의 컨테이

극과극 날씨 패턴...중부는 '물폭탄' 남부는 '찜통더위'

13일 우리나라 날씨가 극과극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호우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