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났건만"...투명페트병 10종 라벨 떼봤더니 9종 '불량'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8 08:00:03
  • -
  • +
  • 인쇄
접착제에 속지 붙어있고, 절취선은 '무용지물'
라벨 제거 안하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퇴색'
촬영=조인준 기자 ©newstree


절취선이 있어도 쉽게 뜯기지 않던 '투명 페트병 라벨'이 2년전 재활용 등급이 세분화되면서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제품들이 수두룩했다.

18일 본지가 국내 시판중인 투명 페트병 음료수 10종을 구입해 직접 라벨을 뜯어본 결과, 밀키스(롯데칠성음료) 1종을 제외한 9종이 옆으로 뜯기거나 접착제 때문에 라벨 속지가 페트병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다.

코카콜라가 생산·판매하는 코카콜라와 환타, 스프라이트 등은 탄산음료에 붙은 접착식 라벨이 한번에 뜯어지지 않을 뿐더러 자국이 하얗게 남았다. 이에 대해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탄산음료의 경우 순간적으로 음료를 주입해야 하다보니 압력에 민감해서 라벨을 압착하기보다 접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델몬트 오렌지주스(롯데칠성음료)와 태양의 마테차(코카콜라) 등은 비접착식 라벨로 절취선이 있지만 사과껍질처럼 가로로 빙빙 돌면서 벗겨졌다. 토레타(코카콜라)는 라벨 크기를 줄인 덕분인지 옆으로 뜯기는 문제는 개선됐지만 절취선 밑으로 압력을 가해 손가락을 밀어넣어야만 뜯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이 주부라고 밝힌 누리꾼이 "손 쓰는 작업을 많이 하는 주부들은 종종 방아쇠수지 증후군을 진단받는다"며 "이 때문에 며칠전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는데 분리수거 하려는데 손가락이 아파서 도무지 페트 라벨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6%가 '라벨 제거가 가장 불편하다'고 했다.

▲10종의 투명페트병 음료제품의 라벨 비교 ©newstree


환경부는 지난 2021년 1월 페트병의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로 세분화했다. 라벨이 잘 떼어지는 제품은 '최우수' 등급을 부여한다. 최우수 등급은 재활용 분담금을 50% 감면받는다. 반면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분담금을 20% 할증받는다. 

'최우수' 등급은 라벨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접착제를 사용하더라도 라벨 면적의 0.5% 미만으로 도포한 경우나 절취선을 표시한 경우에 부여된다. 또 최우수 등급의 페트병 라벨은 물에 잘 떠올라야 한다. 이에 비해 '어려움' 등급의 라벨은 물에 떠오르지 않고, 절취선이 없는 경우다. 또 고온 세척수로도 접착제가 분리되지 않으면 '어려움' 등급이 부여된다. 페트(PET)는 밀도가 낮아서 가라앉고,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라벨은 밀도가 낮아서 뜬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음료 투명 페트병들은 접착돼 있는 라벨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았고, 절취선이 있어도 제대로 뜯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소비자들은 분리배출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절취선의 경우 사람마다 뜯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보니 그렇다"면서 "상품정보 때문에 라벨이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했다.

재활용 수거업체들도 접착제로 인해 라벨이 제대로 뜯기지 않은 페트병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재활용 등급을 세분화한지 2년이 지났는데도 페트병에 라벨이 그대로 붙어서 오는 게 대부분"이라며 "접착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 고온의 양잿물을 끼얹어 벗겨내야 하기 때문에 양질의 재생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문설비를 동원해 압착된 라벨을 벗겨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3배가량 더 든다는 것이다.

2021년 '최우수' 등급을 받은 페트병은 전체의 2.2%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 영양성분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무라벨 생수였다. 음료 페트병의 86%가 절취선을 박아넣고 우수나 보통 등급을 받아 재활용 할증 부담을 피해갔다. 그럼에도 해당 음료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페트병 재활용이나 플라스틱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현행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페트병 라벨은 반드시 손으로 쉽게 제거되어야 하고, 라벨 조각이나 접착제가 페트병 표면에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고 페트병재활용추진협의회 규정에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일본 지자체들은 소비자가 라벨을 떼지 않으면 수거를 아예 하지 않는다.

정부는 페트병으로 만드는 재생원료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무색하게 투명 페트병의 라벨은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후속조치는 없는 상태다. 재활용업체 한 관계자는 "재생원료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리배출 단계에서 라벨 제거는 필수"라며 "QR코드나 레이저마킹 등을 이용해 무라벨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쉽게 제거되는 라벨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카카오모빌리티상생재단 '택시기사 의료비 안심지원' 본격 시동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상생재단이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과 손잡고 '택시기사 의료비 안심지원 사

기후/환경

+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철강 탈탄소없이는 탄소중립 없다...철강도 녹색전환해야"

철강산업의 탄소중립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가올 새정부는 저탄소 철강 생산설비 비용의 30% 이상을 지원하는 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